멀리 비행장에서 시동을 거는 프로펠러 소리로 모랫말의 겨울 아침은 시작된다.
잠이 깨어 코까지 둘러썼던 이불 사이로 내다보면, 제일 먼저 성에가 두텁게 낀 유리창이 마주 보였다. 여름에 누나들이 창살에 실을 매주어 타고 오르던 나팔꽃은 시들어 말라버려 바람에 불려서 날아가고, 창문마다 예리한 얼음의 꽃이 매달렸다. 비스듬히 쏟아지는 아침 햇볕에 창문의 귀퉁이가 녹아내리면서 작은 얼음의 입자들은 무수한 빛 조각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어린이 잡지에서 숨은 그림을 찾을 때처럼, 우리는 유리창 위에서 갖가지 동물과 수풀을 보았다. 어느 때는 깊은 바다에서 자라는 음산하고 아름다운 물풀이 가득 피었고, 그 사이의 허공 위에서 뿔 돋친 고기들이 날아다녔다.
겨울날의 모랫말 동네를 떠올리면 비행기가 엔진을 데우느라고 시동을 거는 소리, 두터운 성에의 그림, 만두 파는 소년, 배추 꼬리, 양지 쪽에서 머리의 서캐를 잡는 모녀들, 코크스 줍는 아이들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른풀에 질러놓던 쥐불놀이로 겨울 풍경이 완전해진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