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니스트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안문영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7월
절판


소음과 소리와 음향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껏 그런 소리들을 이렇게 분명하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엘리아스는 소리를 듣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보기도 했다. 그는 공기가 끊임없이 압축되었다가 다시 확장되는 것을 보았다. 음향의 골짜기들과 엄청난 산맥을 보았다. 그는 자기의 피에서 나는 웅웅 소리와 주먹에 쥐고 있던 머리칼이 빠지직거리는 소리를 보았다. 그리고 숨이 콧방울을 드나들면서 어찌나 큰 휘파람 소리를 내는지, 푄과 같은 돌풍도 거기에 비하면 오히려 산들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위 속의 액체들이 트림 소리를 내고 철썩거리며 뒤섞였다. 내장 안에서는 말할 수 없이 다양한 꾸룩 소리가 났다. 여러 가지 가스가 부풀어올라 끓거나 폭발하는 소리를 냈고, 뼈의 마디마디가 진동했으며, 눈물까지도 어두운 심장박동에 따라 파르르 떨렸다.
그의 가청영역은 다시 몇 배로 확대되고 폭발하여 엄청나게 큰 귀처럼 그가 누워 있던 자리를 덮어버렸다. 그는 수백 마일 떨어진 풍경을 엿들었고, 수백 마일 떨어진 지역을 엿들었다. 자기 몸에서 나는 소리의 무대 위로 점점 떠 빠른 속도로 훨씬 더 강력한 소리의 장면들이 밀려왔다. 그것은 전대미문의 화려함과 공포스러움을 지닌 장면들이었다. 그것은 음향의 뇌우, 음향의 폭풍, 음향의 대양이자 음향의 사막이었다.
엘리아스는 이런 무시무시한 음향의 덩어리 속에서 갑자기 아버지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심장은 그의 심장과 일치하지도 않았고, 조율되지도 않은 채 너무나 불규칙하게 뛰었기 때문에 그가 제정신이었다면 절망했을 뻔했다

=>왠지 잔인하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쪽

엘리아스는 보고 들은 것을 다 잊어버렸지만, 태어나지 않은 그 심장의 소리는 잊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를 위해 정해진 인간의 심장박동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의 애인의 심장이었다.
엘리아스가 이 엄청난 사건으로 부터 살아남았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그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도 믿을 수 없다. 인간의 기준으로 그 아이는 즉석에서 귀머거리가 되어야 했다. 그러므로 그의 청각이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다. 아무튼 우리는 그런 손상을 암시하는 그 이후의 어떤 증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신은 아직 그에게서 손을 떼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신은 아주 오랫동안 그에게서 손을 떼지 않았다.-.쪽

파이프오르간이 갑자기 혼자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눈을 내리감고, 머리를 들어 에쉬베르크로 돌아가는 꿈에 젖어들었다. 그 사이에 오르간은 화려하고 환상적인 음향과 더불어, 서서히 피어오르는 갖가지 영상들을 청중들의 머리 위에 뿌려주고 있었다.
자연이 음악이 되었다. 신비로운 11월의 날들, 라인 계곡의 안개가 아래위로 퍼지며, 그의 고향 호프 마을 안으로 흘러 들어갔던 그때. 안개가 숲에서 얼어붙고, 나뭇가지에 고드름이 달리고, 전나무 껍질에 흰 서리가 내리던 일. 달과 해가 마주보며 떠 있던 일-달은 부서진 성체요, 해는 어머니의 뺨…….-.쪽

음악이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을 때, 더구나 아주 강한 포르티시모로 지축을 흔들고 있을 때, 푸가는 끝날 때가 가까이 온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엘리아스는 끝낼 수가 없었다. 지나치게 소리가 큰 포르티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거대한 영향력을 잃었으므로, 그는 뿜어내는 듯한 큰 소리의 느낌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악절을 점점 더 높은 음계로 끌어올렸고, 낮은 소리로 연주할 때조차 설명할 수 없는 속도의 빠르기로 화음결합을 시도해갔다. 그 불가능성의 정도가 극에 이르렀을 때, 엘리아스는 곡의 도입부에서 했던 것처럼, 그 복잡한 소리의 구조물을 한꺼번에 해체해버렸다. 그래서 충격 같은 고요가 발생했는데, 그것은 블랙홀처럼 바닥 없는 검은 구멍 속으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중단된 화음의 잔향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찬송가
<오라, 오, 죽음이여, 그대 잠의 형제여>가 거대하게 울려 퍼졌다. 더 이상 엘리아스는 두 발과 열 손가락을 가지고도 여덟 번째 성부를 짜넣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직접 노래를 곁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가슴에 바람을 가득 품고 8피트 높이의 파이프 소리를 흉내 냈고, 음정이 긴 멜로디를 일곱 개의 성부와 어우러지게 짜넣었다. 두 발로는 찬송가를 규범에 따라 짧은 음정으로 연주했고, 양손으로는 푸가의 주제를 형용할 수 없는 기술로 스트레토 처리했다가 되돌려놓곤 했다.-.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