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걱정하지 마라. 하느님은 이런 아이들도 다 쓸모가 있어서 이 세상에 내보내신 거란다. 장애인이라고 왜 쓸모 없는 사람이겠니. 사람으로, 생명으로 태어난 이상 다 소중한 거란다. 그 뜻을 잘 펼 수 있게 돕고 싶구나."-.쪽
종식이는 철이 들면서 자신의 신세를 무척 한탄했습니다. 왜 하필 수많은 사람 가운데 자신이 이처럼 뇌성마비라는 몹쓸 장애를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마음껏 산과 들로 돌아다닐 수도 없습니다. 늘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싫어서 베개를 하나 가득 적시며 울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그런 종식이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종식아,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십자가가 있단다. 저 들판의 작은 들풀과 꽃, 하늘에 맴도는 하루살이 벌레도 다 이 세상에 나온 의미가 있단다. 종식이의 장애는 종식이의 십자가야.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는 거란다. 이왕 지는 십자가 기쁜 마음으로 지겠니, 슬픈 마음으로 지겠니?" 그러면서 할머니는 종식이를 위해 기도를 하고 늘 잔잔한 목소리로 성가를 불러 주었습니다. 할머니의 품에서 성가를 듣고 있으면 종식이의 마음에 서린 응어리도 어느 새 풀려 버립니다. 그리고는 다짐합니다. 언젠가 한 사람의 몫을 꼭 해내리라고. 그 때가 되면 장애인 종식이가 아니라 떳떳한 한 사람의 인간 종식이가 될 것입니다. '할머니, 저를 꼭 지켜 주세요.' 자신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를 원망하던 마음을 고쳐먹고 종식이는 눈을 감았습니다. 안방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가을 하늘의 별들이 반짝거리며 울고 있는 종식이를 내려다봤습니다. 할머니 별이 기특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종식이는 견뎌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삶, 그것은 할머니가 늘 종식이에게 주시던 가르침이었습니다-.쪽
"야. 저, 저 쓰레기통도 시, 신기하게 생겼네!" 한일 슈퍼 앞의 쓰레기통을 보면서 종식이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형, 쓰레기통이 뭐가 신기해? 길에 널린 게 쓰레기통인데." "그, 그래도 나는 시, 신기해." 그 때 문득 종민이는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매일매일 보고 구경하며 하찮게 여기는 것일지라도 형에게는 신기하기 짝이 없는 물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이 거리를 지나다니지만 종민이는 한 번도 이 길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형은 이 길에서 기뻐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사소한 일도 아주 큰 행복이 될 수 있음을 깨닫자 갑자기 종민이는 숙연해졌습니다.-.쪽
<사람 사는 게 다 이런 것인가 봐. 이상은 자기보다 높은 위를 봐야 되고 현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는 거야.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을 본다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지. 하지만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나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들을 목표로 노력을 해야 해.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란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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