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구판절판


권좌를 빼앗긴 사자, 자유를 박탈당한 독수리, 짝을 잃은 비둘기, 이들은 모두 심적인 충격으로 죽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무법자라면 이 세 가지 충격을 모두 이겨낼 수 있을까? 아침이 되자 나는 그 답을 알게 되었다. 로보는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조용히 누워 있었다.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 영혼은 이미 떠나 있었다. 늑대들의 노왕(老王)이 운명한 것이다.
로보의 목에 걸린 쇠사슬을 푼 나는 카우보이의 도움을 받아 녀석을 블랑카의 시체가 누워 있는 헛간으로 운반해 그 곁에 눕혔다. 카우보이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마누라 곁으로 그렇게나 오고 싶어하더니, 이제 다시 함께 있게 되었구나."-.쪽

우리들 가운데 야생 동물을 정확히 구별해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지 한두 번 마주친 동물이나 혹은 우리 안에 있는 동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야생 상태에 있는 동물을 아주 오랫동안 알게 되어 그 동물의 생활과 개인사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떤 동물 하나를 그 동료들로부터 식별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우나 까마귀는 그 하나 하나가 다른 여우나 까마귀와 너무나 엇비슷하기 때문에 다음에 만났을 때 그것이 이전에 만났던 바로 그 여우나 까마귀인지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개중에는 동료들보다 더 힘이 세거나 혹은 더 영리하거나 뛰어난 대장이 있게 마련이고, 만약 녀석의 몸집이 유달리 크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식별할 수 있는 어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녀석은 그 지역에서 금방 유명 인사가 되어 동물의 삶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흥미롭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부류에 드는 동물로는 14세기 첫 무렵 약 십여 년 동안 파리 시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꼬리가 짧게 잘린 늑대 쿠르탕, 캘리포니아의 샌 워킨 계곡의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긴 절름발이 회색곰 클럽풋, 5년 동안 매일 암소를 한 마리씩 죽인 뉴멕시코의 늑대 왕 로보, 불과 2년도 못 되는 기간 동안 거의 3백여 명의 사람을 죽인 퓨마 세니가 있었다.-.쪽

야생 동물은 늙어서 자연사하는 법이 없다. 야생 동물들의 최후는 항상 비극적이다. 문제는 다만 얼마나 오랫동안 적에 대항할 수 있느냐일 뿐이다. 그러나 갈래귀의 생애가 잘 보여주는 것처럼 토끼는 일단 유년기를 무사히 넘기면 청장년기까지 잘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세 번째 시기 즉 우리가 노년기라고 부르는 내리막의 제3기에 가서야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쪽

야생 동물들에게는 정녕 아무런 도덕적 또는 법적 권리가 없는 것일까? 단지 자신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그렇게 심한 고통을 오랫동안 가할 수 있는 권리가 인간에게 과연 있는 것일까? 그날 하루 종일 빨간목깃털은 더욱 더 커져가는 고통 속에 매달린 채로 커다란 날개를 나무에 부딪치며 헤어나려고 부질없이 버둥거렸다. -.쪽

우리는 시튼 하면 《동물기》를 떠올린다. 그러나 시튼은 결코 《동물기》라는 책을 쓴 적이 없다. '동물기'라는 말은 아마도 추측컨대 일본인들이 그가 쓴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서 몇몇 이야기들을 가려 뽑아 책을 만들면서 붙인 제목인데 그 이름이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전해진 것 같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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