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에 고여 사는 물은 웅덩이 물로 살지요. 찰박찰박 흘러서 시내로 가는 물은 시냇물이 되고요, 강으로 가는 물은 강물이 되죠. 절벅절벅 흘러서 바다로 가는 물은 바닷물이 되잖아요.
어떤가요, 웅덩이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같을까요? 웅덩이에선 웅덩이 너비만큼, 바다에선 바다 너비만큼 하늘이 달라 보일 테죠. 그렇다고 해서 어느날, 웅덩이 물이 모두 웅덩이를 떠나고 시냇물과 강물이 또 모두 바다로 떠나 버린다면 이 세상은 엉망이 되겠죠.
자기 자리의 소중함을 알아야 해요. 혹,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이라 해도 자기 스스로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하지요. 우리들의 공부, 꿈, 우정, 행복이 모두 그렇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엔 다 그만한 가치가 있죠. 길가에 누운 돌멩이 하나, 풀뿌리 하나에도 그 뜻이 숨어 있어요. 달팽이의 느린 걸음 속에도, 햇빛에 사라지는 이슬방울 속에도.-.쪽
"굳이 주인을 찾아서 어쩌겠다는 거니? 주인을 태우고 다니든지 짐을 져 나르는 일이나 다시 하게 될 걸. 차라리 지금처럼 혼자 사는 게 편하지 않니?"
언젠가 선인장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쌍봉낙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습니다.
"넌 누군가와 지내 본 기억이 없어서 그래. 내가 이 세상의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아니! 그게 비록 조금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라 해도!"
선인장은 사실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가 왜 남을 위해 고생해야 하지?'
선인장은 지난 백 년 동안 혼자 힘으로 살아왔습니다. 펄펄 끓는 해와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불어대는 모래 바람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혼자서 살아냈습니다. 누군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틈이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줄기 속의 물기를 햇빛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모래 바람에 상처가 나지 않을까 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어쩌다 길 잃은 낙타나 염소가 찾아와 도움을 청해도 냉정하게 모른 척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백 년만에 줄기 하나를 키웠습니다.
'나는 줄기 하나를 얻으려면 백 년을 견뎌 내야 해. 남을 위해 관심을 쏟거나 고생하는 일 따위는 말도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쌍봉낙타의 그 말은 가슴에 와 닿지 않습니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