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사람을 두고 '억척스럽다'라고 얘기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성격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한테 조금 못되게 하더라도 그렇게밖에 살 수 없었던 삶이 '억척'인 것이다. 억척스러운 세월이 흘러 자신의 삶을 남한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 그 세월에 담담해져 있음이리라. 하지만 아직도 그것이 진행중일 때는 나이든 노인의 얼굴에서 그 평온함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전라도 고흥 땅에 사는 금산댁 할머니가 한숨처럼 내뱉는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은 노인네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는다.-.쪽
시아버니 호랑새요 / 시어머니 꾸중새요 / 동서 하나 할림새요 / 시누 하나 뾰족새요 / 시아지비 뾰중새요 / 남편 하나 미련새요 / 자식 하난 우는새요 / 나 하나만 썩는샐세
며느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을 이 노래처럼, 우리의 할매, 어매들이 견뎌온 시집살이가 맵기는 매웠던 모양이다. 된바람 피할 곳 없는 서해바다 위도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라 하여 이름 매겨진 '깊은금'에 살고 있는 올해 예순여섯의 정씨가 아흔다섯의 시어머니 심씨와 '앙당앙당' 살 부비며 사는 모습을 보면, 그의 시집살이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던 듯싶다.-.쪽
밥을 먹어도 나 혼자요 잠을 자도 나 혼자요 쓸쓸헌 초가집이 빈 방안에 이부자리 펼쳐놓고 원앙금침 잔물베개 머리맡에 내려놓고 샛별 같은 놋요강은 발짓 닿음에 들여놓고 앉었으니 우리 낭군 오시나 누웠으니 잠이 오나 졸졸 흐르는 도랑물에 한들한들 버드나무 밑에서 머리만 남실남실 오실려거든 대낮에 버젓이나 오시지요 버드나무 밑에서 머리만 남실남실 하네요
영감 없이 사느라 내가 지은 노래예요. 먹고살기 힘들어서 생각에 없다가도 일허다가 잠시라도 쉴라면 영감 생각이 나요. 그럴 때 불렀어요.-.쪽
밥 달라고 할 적에 그렇게 갈 줄은 몰랐지 몇천 년이나 살을라고 집을 또 호젓해서 지어놓고 알뜰허게 사랑에 별의별 짐 다해놓고 그렇게 갈 줄을 나는 몰랐네요 내가 장에 간대믄 늘 돈을 주어 나를 친구들이랑 사잡수고 와요 내가 왜 알뜰히 고물 팔아 내가 왜 팔아서 친구끼리 먹나 술 안 먹구 담배 안 먹구 허는 사람 벌은 돈을 음료수를 사다줘야지 내가 사왔지 이렇게 갈 줄을 나는 몰랐어요 읍에 간 내가 불 땐 방에서 텔레비전 보고 앉았지요 갔다오니까는 이삿짐을 꽁꽁 매싸놓네 내가 이럴 줄 알았드라면 쌈이나 한번 헐걸 쌈 한번 안 허고 천년만년 살 줄 알았지 이렇게 가는 줄 가서 안 오는 줄 알았음 이렇게 한번 불러줄 걸 갔다가 그만 떠나갔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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