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타이요 글.그림,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애니북스에서 출판하는 만화책들을 몇권 읽어보았는데, 그때마다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어서인지 가끔은 작가를 모를때는 출판사를 믿고 선택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죽도 사무라이'는 정확히 어떤 이야기인지도 모른채 출판사에 끌렸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 시리즈 만화 답지 않게 8권에서 완결되는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죽도 사무라이도' 는 처음읽을때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가늠이 안되어 초반에는 어리둥절하면서 읽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해가 안되면 한번 더 읽지 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점점 읽다보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해가 되더라구요. 우리의 삶도 앞이 어떻게 흘러가는건지 모르는것처럼, 가끔은 아무런 정보 없이 받아 들이는것도 좋은것 같습니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 더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림체는 무척 일본풍이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너무 일본풍이 조금 거부감이 느껴지겠지만, 만약 내가 일본인이라면 에도시대의 이야기를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현대와 가깝게 그려 너무 동떨어진 시대를 그린것 같지 않은 작가의 스타일이 무척 마음에 들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심히 그린듯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체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면이 굉장히 동양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정체를 알수 없는 떠돌이 사무라이 '세노 소이치로'가 에도의 한 마을에 도착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실력없고, 가문없는 떠돌아다니는 낭인정도로 알았던 그가 숨은 실력자라는것, 게다가 성품도 멋지고 비록 적자이지만 훌륭한 가문의 자식이라는점이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이런 이야기들은 한꺼번에 풀지 않고 서서히 드러납니다. 아무리 그가 감추려해도, 향기 좋은 향나무의 향을 막을수 없듯이 말이지요.
'죽도 사무라이'는 현실과 현실의 것이 아닌것이 뒤섞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워낙 일본은 귀신이나 도깨비등을 믿는다는것을 알고, 그런것들이 실제가 아니라는것을 알지만 만화속에서 만나는 귀신이나 인간이 아닌것들의 등장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이야기를 더 맛깔스럽게 하는것 같습니다.
특히나 세노의 귀검인 쿠니후사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이있었는데, 결국 세노에게 힘을 실어주고 명검으로써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자신의 검은 사람을 헤한다고, 혹여 괴물(오니)이 될까 두려웠던 세노가 자신이 두려워하던 힘으로 살인자를 제압하며, 괴물로 태어나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잃음으로써, 괴물을 잠재울수 있었던것 같아요. 그런 성품을 가진 세노이기에 그렇게 그를 적대적으로 대했던 사람들이 하나들 그의 성품에 반하고, 그를 추대하고, 결국엔 멋진 성주가 되는 순간에는 감동적이었습니다.
만화인데도 소설을 읽은듯 오랜만에 깔끔한 만화를 본것 같아 좋았습니다. 일반 시리즈에 비해 권수는 짧지만, 한권 한권 출간하는 시간은 길었어요. 저는 그 끊김이 싫어서 완결후에 주욱 이어서 읽었지만, 한편씩 읽은분들은 무척 감격적이었을거라고 짐작을 해봅니다. 그리고 세노의 다음 이야기가 살짝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처음 '죽도 사무라이'를 출판사를 통해 알았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마츠모토 타이요'라는 작가를 기억하고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최근에 읽은 '써니'의 작가였네요. 완전 그림 스타일이 달라서 같은 작가라 생각하지 못햇어요.
핑퐁도 그의 작품인데, 솔직히 책표지를 중요시하는 저로써는 진짜 제가 스스로 찾아 읽는 스타일이 아닌데, 작가가 괜찮으니 기억에 두고 다음에 읽어봐야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