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수행 평가에서 처음 백점을 맞았다. 나는 병원에 시험지를 들고 갔다. 엄마는 중환자실 앞에 있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내 시험지를 들고 울었다. "엄마, 나 효도한 거지?" "그럼. 우리 민기는 언제나 효자야……." "엄마, 그럼 형은?" "형도 효자지. 지금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데……. 엄마는 행복해. 아들 둘이 다 효자라서……." "형은 언제 퇴원해?" 엄마는 대답 대신 나를 꼭 껴안고 오래오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세게 껴안아 아팠지만, 아프다고 소리도 못 지르고 그냥 집으로 왔다. 나는 이제 다 커서 혼자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올 줄도 안다.
나는 점점 커 가는데, 나보다 작은 형은 내 마음 속에서 커 간다.-.쪽
키 작은 남자 아이가 첫 손님이었습니다. "무슨 별에 가고 싶니?" 아저씨가 묻자 그 아이는 주머니에 든 오백 원짜리 동전을 매만지며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용감해지는 별 있어요?" "아, 그럼." 아저씨는 아이가 그렇게 묻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용감해지는 별이라니? 수성이나 금성, 명왕성 같은 별에 가 보고 싶다는 아이가 있을 것 같아 따로 태양계 별들의 이름을 써 넣은 명패를 여러 개 준비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용감별'이란 건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용감해지고 싶니?" "네, 전 늘 우리 반의 동후한테 맞거든요. 나도 용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아저씨는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좋은 별자리가 생각났습니다. "왜요? 동후한테 이르려고요? 우리 선생님한테 이르려고요?" "아니……, 이름을 알아야 증서에 네 이름을 써 주지." "무슨 별인데요?" "페가수스자리!" "그건 어떤 별자리예요?" "날개가 달린 말이지." "아, 그림책에서 봤어요." "그 말은 영웅들을 태우고 용감하게 괴물을 물리치던 말이란다. 멋진 말이지." "저도……, 페가수스처럼 용감해질까요?" "그럼, 이제 페가수스는 네 별이잖아. 자, 이름을 말해 봐." 그제서야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장……, 경……, 재예요." '장경재, 페가수스 별자리.'-.쪽
"그러니까 넌 중국 사람이야. 아빠가 중국 사람이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아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나도 한국 사람이잖아요. "아냐, 난 그냥 사람이야. 한국에 살 때는 잠깐 한국 사람이지." 왕만두는 그렇게 말하고 정글짐으로 후닥닥 올라갔어요. 우리는 얼굴에 남은 물기를 티셔츠로 대충 닦고 우르르 따라갔어요. 오늘 왕만두 따라오길 정말 잘 했어요. 중국 아이를 만나다니.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처음이거든요. "야, 그런 말이 어디 있냐? 한국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한국 사람이야. 그치? 얘들아." 해파리가 친구들에게 물어 봤어요. 하지만 딱풀이 조금 망설이며 말했어요. "우리 작은아버지는 캐나다로 이민 가셨는데 이제 캐나다 시민권 땄대. 그러면 캐나다 사람 되는 거 아니니?" 우리는 좀 헷갈렸어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데 왕만두가 손을 번쩍 들면서 말했어요. "난 이 다음에 아프리카 사람 될 거다." 우리는 왕만두의 말을 듣고 놀랐어요. 왕만두는 아프리카 사람처럼 안 생겼는데 어떻게 아프리카 사람이 된다는 걸까? "네가 어떻게 아프리카 사람이 되냐? 말도 안 돼." 메밀묵이 모래를 집어 왕만두에게 뿌리려고 했지만 모래는 도로 메밀묵 머리에 떨어졌어요. 왕만두는 더 큰 소리로 말했어요.-.쪽
"난 아프리카가 좋아. 동물이 많잖아. 아프리카 가서 살 거다. 그러면 아프리카 사람이지. 난 커서 아프리카 사람 되는 게 소원이야."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난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거 좋은 생각인걸.'
"그럼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아프리카에는 악어도 있어. 난 악어 연구하고 싶거든." 딱풀이 중얼거렸어요. 나도 따라갈까 생각했어요. 아프리카는 어떨지 궁금했어요.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 말고 진짜로. "난 엄마한테 물어 보고 가야지." 메밀묵이 그렇게 말하자 우리는 "하하하!" 웃었어요. 메밀묵 엄마는 되게 무섭거든요. 말 안 하고 가면 되게 혼날 거예요. "그럼 우리 다 '아프리카놀이' 하자." 우리는 점심때까지 신나게 아프리카 추장 흉내를 내며 놀았어요.
왕만두는 이제 우리 친구예요. 왕만두가 중국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아프리카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의, 좋은, 새, 친구예요-.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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