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병아리들은 검은 병아리들이 모이를 먹지 못하게 하고, 물도 못 마시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해. 검은 병아리 한 마리가 모퉁이에서 나오면 흰 병아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깃털을 뽑고 볏을 쪼아대서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지." "너무 잔인해 !"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모퉁이에서 나오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흰 병아리들이 거의 공간을 독차지하고, 마치 하인을 다루듯 거만하게 걸으며 시끄럽게 킬킬대곤 하지. 검은 병아리들은 모퉁이 한 곳에서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셈이야." "그럼 굶어 죽겠네!" 나는 절규하듯 소리쳤다. 나는 옳지 못한 일을 보면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그런 일이 마치 나에겐 괴물같이 느껴진다. 하늘을 날던 한 쌍의 찌르레기도 내 말을 듣고 맥이 빠진 듯 천천히 날아갔다. "하지만." 비둘기는 계속했다. "검은색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검은색 병아리들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거야.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난 거지. 세상의 많은 동물들은 자신이 원치 않은 색깔을 가지고 태어나 죽음과의 전쟁을 한판 치루기도 한단다." "너희 비둘기들도 그러니?" "우리들은 그렇지 않아. 적어도 난 색깔이 다르다고 다른 비둘기를 못살게 굴지는 않아."-.쪽
"너의 영역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 이 지구상의 모든 땅덩어리의 주인이 사람들인데?" 비둘기가 나를 타이르듯 말했다. 내가 나의 '영역'이 있다고 느낄 때는, 긴 여행을 마치고내 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 때이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도 집 앞에는 주변 가시덤불 사이에서 잡은 생쥐 한 마리가 그대로 놓여 있다. 아무도 나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봐 친구. 모든 동물들에게는 다 자신들의 영역이 있기 마련이야. 영역이란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고, 그 곳에선 누구와의 경쟁도 있을 수 없는 곳이지. 나도 폐허가 된 여기서부터 걸어서 30분 걸리는 곳까지가 나의 영역이야. 거기엔 어떤 다른 도마뱀도 들어올 수 없어, 그런 행동은 곧 네게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지. 나는 나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며 싸울 거야." "나도 그건 전적으로 동감이야." 발가락을 콕콕 쪼더니, 비둘기가 말했다. "그런데 만약 침입자가 도마뱀이 아닌 다른 동물이라면, 예를 들자면 개나 여우라면 어떻게 해?" "이름만 들어도 겁나는데! 그럼 필사적으로 숨어야지. 우리 같은 파충류가 아닌 체격이 건장한 적이 나타났을 때는 말야. 모든 동물들이 그래.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와 비슷한 친구들로부터 우리의 영역을 지키는 일이야. 동물 세계란 그런 것 아니겠니? 너도 만약 이 마을에 산다면 함부로 밖엘 나가지 못할 거야. 너의 영역을 빙빙 돌면서 생활하겠지. 사실 우리는 너무 이기적이야-.쪽
나는 이 순간을 두려워했다. 긴 잠을 자러 가야 하는 이 순간을 말이다. 나 때문이 아니라 만물박사 때문에. 나는 비둘기와 친구가 되었다. 처음에는 귀찮고 뻔뻔스럽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둘기는 나를 즐겁게 해 주었다. 나는 하느님이 내 친구 만물박사를 그렇게, 즉 방정맞고 우쭐거리기 좋아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I래서 만물박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친구와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최선책인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나는 이 순간이 두려웠다. 매년 찾아오는 순간이기는 하지만, 예전에는 만물박사 같은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내 겨울잠으로 인해서 아무도 상처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만물박사는 매우 가슴이 아플 것이고, 나도 슬픈 마음으로 그 순간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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