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때부터 걸음마랑 글자를 익힙니다. 아기는 어릴 때부터 말을 익힙니다. 다섯 살 때부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떤 사람인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자라게 되면 친절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친절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친절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사람도 좋아합니다. 다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하지만 나쁜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사람입니다. 식물인간도 사람입니다. 그래서 모드를 좋아합니다. -칭요징이 사람에 대하여 쓴 글-.쪽
나는 요징에게 그림을 그려 보라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살던 모습을 그려 볼래?" "……." 요징은, 다섯 손가락으로 연필을 움켜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도화지 위에 연필을 꽉 누르고 가늘고 긴 동그라미를 자꾸 빙글빙글 그렸습니다. "선생님! 다 됐다." 나는 그 그림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이번에는 어머니를 그려 봐." "…… 네." 요징은 마찬가지로 동그라미만 자꾸 그렸습니다. 계속해서 여동생과 집을 그려 보라고 시켰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히 들여다봐도 똑같은 동그라미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징은 그림을 그릴 줄 몰랐습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나는 그 '그림'을 전부 펼쳐 놓고, "자아, 어느 것이 학교지?" "어느 것이 어머니이니? 집은?" 약간 짓궂은 질문을 해 봤지요. 그랬더니 요징은 곰곰이 생각하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그 '그림'을 한 장 한 장 따로따로 설명해 나갔습니다. "선생님, 이건 우리 학교. 중국 있을 때 급식 없었다." "선생님, 우리 집은 마당이 넓어서, 채소랑 과일이 많이 있었다." "개를 네 마리 키웠는데, 말을 잘 들었다."-.쪽
요징은 이야기를 해 나갔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힘겹게 연필을 찍어 눌러 그렸던 똑같은 동그라미 하나하나가 요징에게는 전부, 저마다 다른 의미 있는 '그림'이었기 때문이지요. 내가 요징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은 요징이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릴 수 있는가 시험해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요징이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릴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그리는 게 요징에게는 아주 힘겨울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 때 내 머리에는 어떻게 하면 몸이 불편한 요징을 보통 아이들과 똑같이 놀게 하고, 공부도 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꽉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든지, 아이들은 저마다 기쁨도 느끼고 슬픔도 느낀다. 때로는 동무가 없어 외롭기도 하고, 고생하는 부모님을 걱정하기도 한다. 또 겨우 일본어를 깨치게 되어 기뻐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그런 마음 속을 알아야만 비로소 선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진짜 선생이다." 하고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얘기하던 무렵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런 자신감이 요징이라는 아이를 알고 나서 아주 간단히 뒤집혀 버렸습니다. 나는 요징이 가슴 속에 훌륭한 보물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요징을 가여운 아이로만 보았던 것입니다-.쪽
괴롭힘을 당하는 것 왜 나를 괴롭힙니까? 중국과 일본 전쟁했습니다. 일본 졌다. 중국 이겼다. 그러니까 네 탓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대답했습니다. 왜 내 탓입니까 나는 전쟁을 모릅니다. 내 탓이 아니야. 나는 전쟁이 시작됐을 때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칭요징ㆍ졸업문집-.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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