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그들은 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무를 이용하여 사람 키보다 높은 단을 쌓더니 그 위로 길고 짧은 쇠파이프와 통나무로 탑을 쌓아 올렸다. 탑 밑동에는 파이프들을 동그랗게 배치하고 나팔처럼 바깥으로 벌어지게 했다. 탑 위쪽을 향해 따라 올라가던 여러 개의 파이프들은 마치 목처럼 생긴 하나의 실린더로 합쳐졌다. 실린더 끝은 다시 깔때기 마냥 밖을 향해 벌어졌는데, 그 둥그런 주둥이 주위로 가죽으로 만든 커다란 바람 주머니들을 달아 놓았다. 바람이 불면 탑의 윗부분은 빙글빙글 돌며 가장 강하게 부는 바람을 마주 대하고 섰다. 바람 주머니에 잡힌 바람은 목처럼 생긴 실린더를 따라 내려가 파이프에 전달되어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소리가 되어 나왔다.
그 탑은 어떤 특별한 쓰임새가 있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삐거덕거리며 이리저리 돌아가는 탑을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슬픈 듯한 소리를 내는 것이 처음엔 우스꽝스러웠지만 얼마 안 있어 그것마저 소음으로 들렸다.
조용한 이방인들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단지 이 탑을 세우기 위해 그곳에 나타난 것이기라도 한 듯, 공사가 끝나자 텐트를 접고 떠날 준비를 했다. 떠나기 전에 그들의 지도자가 탑으로 기어올라가 목 파이프에 있는 홈 안으로 은으로 된 조그마한 물건을 집어넣었다. 바람 잔 어느 여름날 새벽, 그들은 소리 없이 떠나갔다. 맨스족은 그 탑을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다.
그날 밤, 맨스족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였다. 바람이 불자, 전에 일찍이 들어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나 탑 주위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워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따뜻한 밤 공기를 가르며 들려 오는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윈드싱어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쪽
이 원형 극장 한가운데 대리석을 깐 무대에는 윈드싱어라고 불리는 나무 탑이 세워져 있었다. 윈드싱어는 주위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흰색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균형 잡힌 모습도 아니었다. 흰색 구역 전반에 풍기는 단순하면서 은은한 분위기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삐거덕거리다가 바람이 세지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시험관위원회 정기 회의에서 그것을 없애고 멋진 탑을 새로 세우자는 안건이 해마다 오르지만,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가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하도 오랫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 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애착을 느끼는 부류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언젠가 윈드싱어가 다시 노래를 부를 날이 온다는 전설을 믿고 있었다.
케스트렐은 윈드싱어를 무척 좋아했다.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슬프게 끽끽 우는 것이 모든 것이 질서정연한 아라맨스하고는 정반대라서 오히려 좋았다. 생활이 너무 숨막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케스트렐은 아홉 단으로 나누어진 이 원형 극장을 뛰어 내려와 윈드싱어 앞에 앉아 몇 시간이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물론 윈드싱어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도 아니었고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대답일 수도 없었지만, 그러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누가 자기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마음속에 가두어 두었던 분노, 무기력함, 외로움 같은 것들을 발산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