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는 19세기의 여느 소설가들처럼 등장인물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화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시적 이미지와 음악적 운율이 넘치는,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산문으로 등장인물의 내면 세계를 펼쳐 보인다. 울프의 산문은 찬미의 시다. 우리로 하여금 모든 인간이 삶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사랑과 좌절과 고통과 기쁨과 동경을 찬미하게 하고, 우리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음미하게 한다.-.쪽
그 장원은 오랜 세월 동안 남편 집안의 소유였다고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얼마나 오랫동안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마틴 가(家)는 한때 그 지역의 세도가였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마틴'이라는 이름에 힘을 주어 말했지만, 그녀의 말에서 억제된 자부심이 느껴졌다. 척박한 땅, 지붕에 난 구멍들, 쥐들의 극성 등 물질적인 장애 앞에 고귀한 신분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경험으로 잘 아는 사람의 겸허한 자부심.
집 안은 완벽할 만큼 깨끗하고 잘 간수되어 있었지만 썰렁했다. 방마다 커다란 떡갈나무 탁자만 동그마니 놓여 있었고, 장식품이라고는 반짝거리는 백랍 컵들과 도자기 접시들뿐이었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방을 꾸미는 여러 가지 작은 장식품을 거의 다 팔아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집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는 마틴 부인에게 차마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거의 텅 빈 방들을 보여 주면서 부유했던 시절을 자꾸 강조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과거의 영화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전에는 잘 살았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또한 그녀는 여러 개의 침실과 한가할 때 편히 앉아 쉬는 거실로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방 한두 개를 보여주면서, 좀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런 집이 그녀의 억세 보이는 생김새와 상충된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