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기
윤천수 지음 / 월간문학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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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의 봄이란 게 늘 이런 식이었다. 냉큼 겨울이 물러가는 것도 아니고 성큼 봄이 다가오는 것도 아니어서 완완하기만 할 뿐이었다. 한추위라 한들 또는 한더위라 한들 하나같이 모지락스럽지도 우악살스럽지도 못했다. 겨울에 추울 때 독하게 춥지 않고 여름에 더울 때 별나게 덥지 않았으니 아닌 게 아니라 여기에서 봄이라 함은, 오는 듯하다 가버리고, 있는 성싶다 없어지는 아주 애매한 것이었다.-.쪽

'총성이 울린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른바 해방과 자유를 위한 이 전쟁에서는 위선이 판을 쳤다. 이라크 전쟁 자체가 거대한 잔학행위이다. 분명한 진실은 이 순간에도 우리는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곧 끝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난 미국의 헌법을 수호한다는 대의를 위해 군에 복무하고 있다고 믿었다. 난 이제는 이것을 믿을 수 없다. 난 신념도, 결의도 모두 잃어버렸다. 이곳에서의 나의 복무 기간은 거의 끝났다. 다른 전우들의 복무 기간도 끝나간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에서 아무런 정당성도 없이 죽음에 직면해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한단 말인가.'
일리노이 주에서 참전한 30대의 늦깎이 병사는 이렇게 썼다. 그는 이 글을 고향 사람들에게 보내 알렸다. 그 병사의 호소는 고향뿐만 아니라 신문과 방송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엊그제 영순도 그의 글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날 그녀는 신경안정제를 입안에 털어 넣어야 했다. 왠지 아들도 저런 갈등을 겪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속이 울렁거렸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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