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행복을 준 여성 영화 53선
옥선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5년 5월
품절


애니의 남편 존이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국립공원을 가꿔온 존에게 여성회에서 강의해줄 것을 요청했던 크리스는, 존의 유고를 대신 읽는다. "요크셔의 꽃들은 요크셔 여성들처럼 아름답다. 꽃들은 아무리 빛이 약해도 이를 따라간다. 마지막 피운 꽃이 가장 아름답다."
매년 마을 풍경사진을 실은 달력을 만들어 팔고 있는 여성회의 모임에서, 크리스는 판매도 신통치 않은 의례적인 달력 대신 조지 클루니의 누드 달력이 어떻겠냐고 농담을 던진다. 이를 계기로 존의 글에서 받은 감동을 살리고, 그가 입원했던 병원시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자신들의 누드를 실은 달력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아간다.
애니는 "마지막 피운 꽃이 아름답다"는 존의 글 뜻과도 일치된다며, 제작비를 내놓는다. "가슴 내놓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비너스만 예술이냐", "지금 안 벗으면 언제 벗겠어"라며 친구들의 자원이 잇따른다.-.쪽

세르게이에게 버림받은 라리사는 율리에게 화풀이를 한다. "당신이 보호자를 자처하는 게 내겐 가장 큰 모욕이야. 남자들의 물건이 될 바에야 가장 비싼 물건이 되겠어. 사랑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사랑이 없으니 나의 황금을 찾겠어."
짧은 사랑의 행복과 긴 이별의 고통을 겪은 라리사는 자신의 삶을 끝내준 율리에게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그토록 아름답고 순수했던 여인의 마지막 말이 '죽여줘서 고마워요'라니.

=>죽여줘서 고맙다는 말... 발리에서 생긴일이 떠오르네요^^-.쪽

마흔다섯 살에 할복 자살한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에세이 《미모의 종말》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인간의 모든 가치에 영고성쇠가 있는 것은 하는 수 없다. 여자는 젊음과 미가 결합되며 남자는 젊음과 힘이 결합된다. 남자는 육체의 힘이 약해짐에 따라 이를 교묘하게 다른 종류의 힘 즉 사회ㆍ경제ㆍ정치적 권력으로 바꿀 수가 있다. 그러나 여자의 미모란 어떤가? 연령에 따라 정신적 아름다움이 더해질 수도 있겠지만,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50세 미녀는 20세 미녀를 절대로 당해내지 못한다. 미모는 둘도 없는 보석, 반감기가 짧은 방사성 물질과 같다."
혹 미시마는 엘리자베스 테일러(1932~)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 건 아닐까? 리즈 테일러야말로 '미모의 종말' 철학에 적합한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인형처럼 예쁘다'는 관용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깜찍하고 당찬 아역시절에서, 눈부시게 아름답고 청순한 20대, 이보다 더 글레머할 수 없는 중년기까지, '세기의 미녀'라는 수식어는 과장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의 리즈는 마녀처럼 사납고 탐욕스럽고 천박해보이는 비만 할머니가 되었다. 미시마 유키오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녀가 20세이고 절세의 미녀라면 하늘의 은총을 한 몸에 받은 것과 같다"고. 하늘의 은총을 받았던 시절의 리즈는 인기와 연기력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니 천상의 미모, 결혼과 이혼의 반복 등에 가려, 연기력이 과소평가된 감이 없지 않다.-.쪽

아나는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라고 말해준 백인 동급생 지미(브라이안 사이츠)와의 잠자리를 결심하고 콘돔을 준비한다. 지미가 대학 진학을 위해 곧 떠날 것을 알면서도. 소중한 첫 경험 후 아나는 거울을 보며 지미에게 말한다. "나를 봐 줘. 이게 나야." 이 말은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게 된 아나의 독백이기도 하다. 지미와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진다. "아름다워, 편지 쓸게." "됐어, 내 걱정 마. 네가 대학에 가면 나와는 나눌 이야기거리가 없을 거고, 넌 늘씬한 여자들을 만날 거잖아." "네가 그리울 거야."
<사관과 신사 An Officer and a Gentleman>에서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까지, 늘씬하고 아름다운 백인 여성들은 상류계급 남성의 발목을 잡아, 사다리를 단숨에 올라가려 했다. 가슴이 유난히 큰 뚱뚱하고 가난한 멕시코 소녀 아나는 자신감과 실력만으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길 원한다.
지미와 쿨하게 작별한 후 아나는 거울 속 자신의 나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이를 본 엄마는 "뚱뚱한 걸로 모자라 창녀가 되었구나"라고 다그친다. 그러자 아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외친다. "처녀막으로 내 가치가 결정되진 않아요. 엄마는 관심을 끌려고 임신한 척하잖아요. 난 이제 엄마의 아기가 아니에요."-.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