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는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카페도 시작된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카페는 우리 생각만큼 오래된 유물이 아니다. '혀의 감각을 일깨우고 두뇌를 날카롭게 해주는' 검은 음료, 즉 커피가 유럽 대륙에 수입된 17세기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뿐이다. 파리를 비롯한 대도시들에서 문을 연 '커피 마시는 집'들은 그 호화로운 실내장식으로 순식간에 유명해졌다. 서민들이 자주 찾는 음침한 카바레(cabaret, 원래 동네나 마을의 싼 술집을 뜻한다)나 담배방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나 반짝이는 것이라고 모두 황금일 수는 없었다. 너무나 세련된 곳이었던 탓일까? 그 집들은 곧 당국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정치 토론이 벌어지고 반체제적 음모들이 그곳에서 획책되었기 때문이다.-.쪽
카페는 처음 생겨난 순간부터 철저한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권력자들은 틈만 나면 음모를 획책하는 선동가들이 드나드는 이 혁명의 온상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도둑과 사기꾼도 카페를 거점으로 삼았다. 종교와 미풍양속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카페는 종교적 의식이 행해지는 동안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게다가 창녀와 떠돌이는 카페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닫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혁명이 일어난 후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1791년 3월의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런 통제도 완화되었다.-.쪽
카페는 교회의 숙적이었다. 그래서 술꾼들은 이런 관계에 빗대어 그들의 삶을 자조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들은 "카페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다. 카운터가 그들의 제단인 것처럼 "예배당에 간다"고 말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된 단어는 '비스트로'였다. 그 어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일설에 따르면 1814년 파리에 입성한 코사크Cosaques 병사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그들은 엄격한 규율 때문에 가혹한 징계를 각오하지 않는 한 술집에 얼씬거릴 수 없었다. 그러나 대담무쌍한 병사들이 감시의 눈이 느슨해진 틈을 이용했다. 게다가 동료들에게도 따라오라고 손짓하면서 '비스트로! 비스트로!'라고 소리쳤다. 프랑스어로 '빨리! 빨리!'라는 뜻이다. 그 후 이 단어가 파리 전역에서 먼지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일상 언어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여튼 카페를 가리키는 단어는 '카페마르Cafe mar', '트로케troquet', '만쟁그mannezingue'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또한 여자들이 주로 들락거린 곳은 '카불로caboulot', 공장 노동자들의 소굴은 '세나(senat, 원로원ㆍ상원)', 술잔치가 끝없이 계속되는 곳으로 유명한 카페는 '술루아르souloir', 말로 표현하기 힘든 소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부쟁고(bousingot, 무정부주의자)' 등으로 불렸다. 특히 '부쟁고'는 악명이 높았던 만큼 그 명칭도 다양했다. '뷔뷔boui-boui', '비빈bibine', '자벨수(표백용 수용액)를 파는 집marchand d'eau de javel', '마스트로케mastroquet'라고도 불렸다.-.쪽
카페에서 무언가를 마신다! 그것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진정한 즐거움을 향유하는 시간이다. 카운터나 조그만 대리석 테이블, 친절한 웨이터, 구미를 돋우는 상표들이 붙은 술병들로 채워진 선반, 반듯하게 정돈된 잔들, 이 모든 것이 손님들을 유혹한다. 물맛까지도 좋을 수밖에 없다. "카페가 아닌 곳에서 마신다면 그 맛, 그 향기, 그 존재 이유가 상실되는 음료들이 있다. 호화로운 카페든 변두리 카페든 카페에서 마실 때 그 맛이 더해지는 음료들이 있다."(조리스 카를 위스망스, 『카페의 단골 손님들』) 게다가 비스트로에는 흥겨움과 나눔이 있다. 그곳에서는 결코 혼자 마시지 않는다. 언제나 함께 마신다. 옆사람들과 건배하면서 더불어 마시는 집단 행동이 카페의 특징이다. "주인 양반, 이 사람들에게 한 잔씩 돌리시오!" 장벽이 무너져내린다. 경계심이 사라지고 신뢰감이 쌓인다.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 웃음소리와 박수소리에 대화가 잠시 중단될 뿐이다-.쪽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것은 정치 토론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카페를 찾는 진정한 목적은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었다. 카페에서는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있었다. 실제로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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