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는 조선과 혈통을 같이하는 예맥족의 나라로, 농경과 유목을 업으로 살아가는 백성들은 한결같이 천성이 유순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도를 숭상하여 고래로부터 군자의 나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동방의 일대 대국이던 조선이 한에게 무너지고, 그 옛땅에 한족의 군현이 들어앉아 동이 전역을 그들의 영토로 삼으려는 뜻을 노골화하기에 이르니, 바야흐로 역사의 격변은 부여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쪽
"사흘 전 부여의 해 안에 작은 흑점 하나가 보이더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튿날에는 흑점이 두개 나타나더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
"어제는 세 개의 흑점이 나타나더니, 오늘은 급기야 부여의 해 속에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새가 뚜렷이 떠올라 한 식경을 있다가 사라졌습니다."
"다리를 세 개 가진 새?"
"세 발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징조가 흉이오, 길이오?"
"까마귀는 동이족이 사랑하는 길조로,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새입니다. 태양조인 삼족오의 세 다리는 천지만상을 이루는 세 가지,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따라서 삼족오는 천지인이 하나로 어우러져 우주 만물이 완성되는 이치를 밝히는 깨달음의 새입니다."
"……."
"또한 삼족오는 하늘의 권세를 상징하는 새이며,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왕권을 상징하는 새이기도 합니다. 부여의 해 속에 삼족오가 나타났다는 것은 장차 부여 땅에 뛰어난 영웅이 나타나 새로운 왕권을 펼쳐 동이를 하나로 아우를 징조로 여겨집니다."
"뛰어난 영웅? 새로운 왕권을 펴 동이를 하나로 아우를 징조?"
어떤 경우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부득불의 얼굴이 대번에 붉어지며 노성에 가까운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
"그렇다면 그것이 우리 부여의 흉이오, 길이오? 말해보시오, 여미을!"
"송구하오나, 들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어 무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