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상당히 하류적일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고요? 그것 역시 비슷한 징후입니다. 일본의 사회 칼럼니스트인 미우라 아츠시(三浦展)의 책 ‘하류사회- 새로운 계층집단의 출현’을 권해 드립니다. 저자는 일본의 현대사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최근 들어 새로운 하류 계층이 등장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단괴 주니어’로 불리는 세대(1971~74년생)가 중심을 이루는 젊은 층이 하류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하류란 단순히 저소득 계층을 뜻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능력, 노동의욕, 학습의욕, 소비의욕 같은, 한마디로 인생에 대한 의욕이 낮은 자들을 뜻합니다. 느릿느릿 걷고 대충대충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지요. 대형 서점에 ‘비소설류’ 라고 분류돼 있는 곳을 찾아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책들이 바로 그런 삶을 추천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나온 웨인 다이어의 베스트셀러 ‘행복한 이기주의자’란 책은 어떠세요? 이 책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 의해 검증될 수 없다. 내가 소중한 이유는 내가 그렇다고 믿기 때문이다”는 선언을 주입합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 가슴에 손을 대고 스스로 물어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 답니다.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고 격려하고 있는 책들 말입니다.
달콤하시지요? 대부분의 실용적 인생 지침서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그 책들이 우리를 위로하기 때문일 겁니다. 심지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라는 데서 가슴 한 켠이 따뜻해져 오는 책들도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독자에게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사회의 트렌드와 역트렌드(counter-trend)를 절묘하게 섞어야 합니다. 온종일 핑핑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역트렌드는 “게으름 좀 피워봐. 별 탈 없을 거야. 너답게 살아”하는 속삭임입니다. 문제는 그 속삭임이 이제는 주류 트렌드가 됐기 때문에, ‘하류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왠지 더 신선하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실용적인 논쟁점은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보수적인 제도로 편입되는 것을 용인할 것인가 입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살 것인지, 아니면 상류층으로 가기 위한 엄격한 자기규제 하에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느 쪽이세요?
너무 개성만 추구하지 마십시오. ‘개성’이란 말은 유효기간이 만료됐는지도 모릅니다. 상류는 여성적이고, 하류는 개성적입니다. 하류는 쇼핑을 좋아하고, 상류는 쇼핑할 시간도 없습니다. ‘하류형 5P’에 둘러싸여 있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컴퓨터(PC), 페이저(Pager·휴대폰), 플레이스테이션(비디오게임), 페트병,
포테이토칩.
계층 상승을 포기한 채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자기다움으로 알고 즐기는, 카니발화하는 인생도 바로 하류라고 합니다. 꼭 2년 전
빌 게이츠가 마운티 휘트니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었던 10가지 인생충고를 기억하십니까.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몰개성한) 바보한테 잘 보여라. 사회에 나온 다음에는 아마 그 바보 밑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
(ki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