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한 매독, 순수하고 우아한 매독…. 나는 매독에 걸렸다. 그것도 진짜 매독이다.”

프랑스 유명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말이다.

‘죽음의 독’임과 동시에 ‘천재의 병’으로 공존했던 매독. 19~20세기 매독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았던 많은 예술가들은 매독을 ‘파우스트의 거래’라고 불렀다. 매독균이 육체와 정신을 파고들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적 영감은 더욱 강렬해졌다. 모파상이 그랬고 고흐도 그랬다.

매독의 첫 출몰시기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왔을 때 유럽 인구의 15%가 매독에 의해 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치욕스러운 성병이라는 이유로 역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는 매독은 페니실린이 나오기 전까지는 완치가 불가능한 ‘악마의 독’이었다.

책 <매독>(길산. 2004)은 어두운 매춘굴에서 매독을 얻은 뒤, 예정된 파멸을 향해 온 몸을 내던진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흥미로운 것은 베토벤, 에이브러햄 링컨 부부, 빈센트 반 고흐, 아돌프 히틀러까지 19, 20세기에 걸쳐 매독으로 인해 죽었다고 추측되는 14명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 데버러 헤이든은 이들의 질병과 주고받은 서신들, 그리고 측근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들의 죽음이 매독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에 따르면 매독은 제1기에는 발진과 하감, 뼈와 관절의 통증, 복통과 두통, 시력과 청력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잠시 잠복기를 거쳐 제2기로 발전하는데 2기 매독은 진행성 마비가 시작되면서 정신착란 증세가 나타난다. 제3기 후기 매독은 척수로, 진행성 마비, 뇌 매독과 뇌혈관 매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매독이 동반하는 여러 질병들이 환자들의 평생을 좀 먹으며 공생했다. 저자는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이유가 매독에 의한 증상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고 끝내는 권총으로 자살한 이유도 매독에 의한 정신착란 증세 때문이었을 것이며 아돌프 히틀러 역시 매독에 의한 정신착란 증세로 그토록 야만적인 유태인 학살을 주동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물론 이들이 매독에 걸렸다고 확정 할만한 증거가 부족한건 사실이고 그 죽음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424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인문서적이나 책장은 쉽게 넘어간다. 유럽에 성행하던 음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만하게 채워내기 때문이다.

[북데일리 구윤정 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