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맛은 바삭하게 씹히는 세 겹의 튀김옷, 두 번째는 부드럽게 녹아드는 돼지고기 안심살, 그리고 입 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양배추채의 산뜻함이 느껴지는 맛있는 돈가스.
일본의 대표음식 돈가스는 언제,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돈가스의 탄생-튀김옷을 입은 일본 근대문화사>(뿌리와이파리. 2006)는 돈가스가 탄생하기까지 질풍노도 같았던 60여 년의 일본 문화사를 살펴봄으로써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제시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에 따르면 돈가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하나의 드라마였다. 1872년(메이지 5년)경 메이지 천황이 육식을 해금한 이후 돈가스가 출현한 것은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인 1929년(쇼와 4년)이었다. 쇠고기전골이 스키야키로 바뀌던 무렵부터 육식에 대해 서민들이 느끼던 저항감이 차차 옅어졌고 그로부터 6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일본인의 취향에 맞는 돈가스가 탄생했다.
① 쇠고기에서 닭고기로, 그리고 돼지고기로
② 얇은 고기에서 두꺼운 고기로
③ 유럽식의 고운 빵가루에서 일본식의 알갱이가 큰 빵가루로
④ 기름을 두르고 부치는 것에서 기름 속에 넣고 튀기는 딥프라이로
⑤ 접시에 돈가스만 담던 데서 돈가스에 서양채소인 양배추채를 곁들이는 형태로
⑥ 튀긴 고기를 미리 썰어서 접시에 담아 손님에게 내는 것으로
⑦ 일본식 우스터소스를 듬뿍 끼얹는 것으로
⑧ 나이프나 포크가 아니라 젓가락을 써서 먹는 것으로
⑨ 밥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일식으로
이 같은 돈가스 변화 과정에 소요된 시간은 60년.
외국음식을 흡수하고 동화하기 위해 이런 집념을 보인 나라 일본의 음식문화는 특이하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다.
돈가스는 서양의 커틀릿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바꾼 절충식으로, 정식 ‘서양요리’와는 다른 양식에 해당한다.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의 가장 두드러진 문화적 성격일 것이다.
돈가스는 그런 일본의 문화적인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음식이다. 외국에서 서양음식에 물렸을 때 일본인들이 가장 먼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저자 오카다 데쓰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양의 음식을 처음 접했을 한국과 중국에서 양식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로 일본인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잡식성이 강한 민족이라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처럼 고유의 에스닉(ethic, 민족) 요리가 형성될 여지가 없었다는 점을 꼽는다.
일본과 같은 젓가락문화권인 한국이나 중국의 음식문화와 비교해볼 때 일본은 음식에 대한 주체성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음식을 흡수하고 동화해서 향유하는 기술이 생겼다는 차이점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