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 찰스다윈 자서전
찰스 다윈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03년 8월
구판절판


비글 호 항해를 떠나다
비글 호 항해는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내 인생의 진로 전체를 결정지어준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외삼촌이 아버지를 설득해주겠다고 한 작은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럴 만한 삼촌이 드물기도 하겠거니와 내 코의 생김새도 한몫을 했다. 나는 이 항해로 내 정신 고양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사의 다양한 분야를 면밀히 관찰할 계기를 얻게 된 것이고, 그래서 이미 어느 정도 길러져 있던 내 관찰력은 이 항해를 통해 한껏 향상될 수 있었다.
배가 가는 곳마다 했던 지질학 탐사는 아주 중요한 활동으로, 이 과정에서 추론능력이 길러졌다. 새로운 지역을 처음으로 탐사할 때 가장 난감한 것은 바위가 혼돈스럽게 흩어져 있는 경우이다. 그러나 성층(成層)과 바위의 특성과 여러 지점의 화석을 기록하고 항상 추론하여, 다른 곳에서는 무엇이 발견될지 예측하다보면 그 지역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체 구조가 어느 정도 파악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쪽

가장 현명한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서, 최고의 만족은 사회적 본능이라고 하는 어떤 충동을 따름으로써 얻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이 남을 위해서 행동한다면 동료들의 인정을 받을 것이며 함께 사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이런 사랑이야말로 지상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쾌락이다. 한층 더 고차원적인 충동 대신에 관능적인 열정에 복종하는 일은 점점 견딜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성은 다른 사람의 의견과는 정반대로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남들의 인정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은 자기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온 소리와 양심을 따랐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삶을 꾸준히 과학에 바침으로써 제대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죄를 지어서 참회를 할 일은 없으나, 인류에게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계속해서 아쉽기는 하다. 굳이 변명을 한다면 건강이 매우 나빴으며, 성격이 특이해서 마음에 드는 분야나 일거리가 있으면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 모든 시간을 인류애를 구현하는 일에 바친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일이 훨씬 더 고차원적인 것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내 인생의 후반부에는 회의론과 이성론이 왕성했다. 결혼을 앞두었을 때 아버지는 내게 의심을 잘 숨기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지 못해서 엄청난 불행을 겪는 부부들을 많이 봐왔다는 이야기였다. 잘 살다가 아내나 남편의 건강이 나빠졌을 때, 아내가 남편의 구원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고통을 겪는 경우가 꽤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평생에 회의론자인 여성은 딱 세 명밖에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가 아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았으며 아버지를 믿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사람도 상당히 많았던 점을 떠올리면 의외였다.
-.쪽

나는 그 세 여인이 누구였냐고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그 중 한 명은 내 이모 키티 웨지우드인데, 확실한 증거는 없이 막연한 힌트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토록 총명한 여성이 신자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나는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믿음이 자기 남편보다 별로 나을 게 없는 부인들을 몇몇 알고 있다. 아버지는 그런 예를 들곤 했다. 발로 부인은 아버지의 불신을 알아차리고 회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제 입안에 든 설탕이 달다는 걸 제가 알아요. 마찬가지로 구세주께서 살아 계시다는 걸 제가 압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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