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누가 조직적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와 붉은 물결을 만들어 냈다.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축제, 이보다 더 신명나는 판이 어디 있을까. 축제를 통해 사람들은 굴레 같은 일상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난다. 축제는 억압된 본성을 표출하고 금기를 벗어던지며,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몸짓이다. ‘축제, 세상의 빛을 담다’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축제를 돌아봤다. 고유한 색깔을 간직한 10개 유럽 축제를 찾아 풀어 쓴 여행 에세이다. 해마다 수십만, 수백만의 인파를 끌어 모으는 유럽 축제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지은이 김규원씨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연구원. 프랑스 유학 중 유럽의 축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대부터 붉은 빛깔은 종교 제사와 민속 축제의 기본 색상이다. 현대화된 스페인 축제에도 붉은빛이 선연하다. 산 페르민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투우. 희생용 황소가 벌이는 투혼, 심장에서 쏟아지는 피는 투우가 펼치는 붉은 유희다. 불꽃이 쉴 새 없이 터지는 발렌시아 축제, 붉은 토마토를 던지고 뭉개는 토마토 축제도 고대의 광기를 유지한 스페인 문화의 붉은 축제다.

이와 대조적으로 스위스의 바젤 카니발은 푸른빛이다. 바젤 카니발은 푸르고 시린 라인강에서 춥고 아름다운 축제를 시작한다. “검푸른 대기에 남색의 라인강, 점차 밝아오는 푸른 안개, 그 사이로 빛나는 등불의 행렬, 악대의 피리와 작은 북소리까지 합쳐지면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으리라. 바젤의 카니발 아침은 뼈가 저리도록 아리고 춥지만, 이렇듯 고요함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파란빛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스위스 바젤 카니발 / 프랑스 됭게르크 축제


프랑스의 아비뇽 축제와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는 ‘이란성 쌍둥이’다. 두 축제 모두 제2차 세계대전으로 검게 그을린 땅에서 싹을 피우는 소나무처럼 태어났다. 같은 해에 태어난 공연 축제들이다. 두 축제의 색상을 굳이 구분하자면 아비뇽 축제는 초록, 에든버러 축제는 청록이다.

지은이는 이 밖에 황금색의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장터 축제(독일), 노란색의 됭케르크 축제(프랑스), 오렌지색의 뱅슈 카니발(벨기에) 등을 소개한다.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과 자료 사진은 축제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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