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이어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까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시킨 작가 공지영이 <작가의 방>(서해문집. 2006)의 저자
박래부씨와 나눈 인터뷰가 참, 재미있다.
공지영의 방을 훔쳐(?) 보기 위해 집에 들른 박래부씨는 집필용 책상 뒤에서 예수초상화와 성당사진이 글 쓰는 모습을 내려다보게 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기를 받게 됩니까?”라고 물은 박래부씨에게 공지영은 “예, 받아요”라고 단호히 답했다. 이어 “글이 안 써지면 막 뭐라고 하죠. 하하”라며 너스레를 떨던 공지영. “뭐라고 한다”는 말은 ‘기도’를 의미하는 것. 그녀는 평일에도 성당을 찾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공지영의 집을 찾았던 시작장면도 재미있다.
“집은 경기 분당의 현대적 고층 아파트였다. 아침 10시가 다소 이른 탓인지 초인종을 누르자
‘거기 그냥 놓고 가세요’라는 영문 모를 대답이 들렸다. 나중에 들으니, 그의 잦은 인터넷 책 구입습관에서 비롯된 실언이었다. 벨이 울리자 인터넷으로 주문된 책들이 배달된 줄 알고 문밖에 놓고 가라고 했던 것이다”
공지영은 인터넷서점의 단골 고객이라고 한다. ‘책은 나의 오락’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의 독서광이다. 아이들 등교를 도와 준 후 서재에서 원고를 쓰고 잘 안 써지면 긴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이 책 저책을 빠른 속도로 읽다가 문득 필요한 책이 생각나면 인터넷을 검색해 주문하고 근처나 백화점으로 시장도 보러나가는 것이 공지영의 단조로운 생활이다.
책은 그녀의 단조로운 생활의 유일한 ‘오락’거리다. 그녀의 책읽기는 아주 일찍 시작됐는데 어릴 때 소년한국일보를 보고 한글을 깨우칠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중, 고등학교 때는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를 온 가족이 함께 봤고 고우영의 만화 <일지매> <삼국지> <열국지> <수호지>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그녀는 서울여중, 중앙여고 때 일기를 거의 매일 썼다. 시도 쓰고 소설도 써서 ‘무지개’라는 제목으로 개인문집을 만들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고모집에 놀러갔을때 대학생인 사촌오빠가 <토지> 1권을 주며 읽어보라고 한 것이 문학에 빠지게 된 본격적인 계기였다. 그 후 박경리를 매우 좋아해 옛날 통속소설까지 다 읽는 팬이 되고 말았다.
“처음 <토지>를 읽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우리 딸은 그 책이 재미없다고 그래요.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만 해도 땅의 개념을 아는데 얘들은 모르고, 그래서 재미없다고 하는 거예요. 땅에 대한 개념이 엄청 바뀌었어요”
그가 박래부에게 한 말이다.
책에 소개된 그의 책장 내용을 ‘살짝’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대학 때부터 못 버리고 갖고 다니는 사회과학 서적들. 마르크스 주의. 해방전후사 관련서적. 에리히 프롬 책들.
▲창비의 시선(詩選)과 희귀본, 현암사에서 나온 당시집(唐詩集). 박노해 시집. 종교서적 <가르멜의 산길><수도원산책>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
▲추리소설과 여행서, 북하우스 출판사의 ‘추리소설 시리즈’.
▲김승옥 전집.
▲창비와 문지의 시집들. 릴케 시 전집. 토마스만의 책들. 이문열, 오정희, 김원일, 황석영의 책들. <가을에 온 여인>이 포함된 박경리 전집.
친구들을 만나러 가끔 서울 시내에 나가고 보통 때는 분당 집에서 글을 쓰고 아이들을 돌본다는 공지영. 근처에 시장 수준의 백화점이 있어 종종 가지만 장보기, 쌀, 아이들 옷, 시계 구입 등은 모두 인터넷으로 해결한다고. 예전에는 한 달에 책을 100만원어치나 사기도 했을 정도의 독서광.
“뭐가 궁금하면 우선 책을 사요. 애가 말을 안 듣는다 하면 교육에 관한 책을 사요. 요리를 해야겠다면 책부터 사서하고 싶은 거는 하고 요리 안 할 것은 그냥 넘어가고. 책을 버릴 때는 재활용품 수거함에 넣는데,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조심해서 넣죠. 요즘은 교도소에도 갖다 주지요”
그녀의 왕성한 필력,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풍부한 감수성은 방대한 양의 독서에서 토해지는 미미한 부산물일 뿐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