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역사의 힘을 믿는다
조동걸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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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꿈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이 어떠한 꿈을 가지고 살아왔는가?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했는가? 그래서 무엇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또 그것은 오늘날의 생활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나아가 내일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내일을 위하여 우리는 어떠한 꿈을 설계하고 현실을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 이러한 작업의 연속을 역사라고 한다.
모든 사람은 인간답게 살고 자유롭게 살며 평등하게 살고 싶은 욕망과 꿈을 가지고 있다. 꿈은 그렇게 인간 본질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생활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문제에도 깃들여 있다. 옛날 고구려ㆍ백제ㆍ신라ㆍ가야 사람들은 서로 상대 나라를 합병해 영토를 넓히고 안전을 도모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희랍의 도시국가(폴리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철기시대가 도래하면서 고대 부족국가들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럼, 합병의 꿈과 그 꿈의 실천을 위하여 끝없이 싸웠다. 그리하여 꿈을 실현한 진(秦)이 출현하였고, 중동 지방에서는 앗시리아가 탄생했다. 우리 고대국가의 싸움도 그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발해와 후기 신라에 이르러 이변이 생겼다. 누가 이기든 간에 계속 싸워서 진ㆍ앗시리아ㆍ마케도니아처럼 합병(통일)을 완성해야 했는데 남북국이 함께 꿈 자체를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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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삶의 지혜요 설계이다. 그런데 전통시대에는 귀족의 꿈과 일반 백성의 꿈이 달랐다. 정도전이나 조광조는 국왕과 귀족이 균형을 이룬 왕도정치를 꿈꾼데 반해 《홍길동전》이나 《허생전》에서 보여준 백성의 꿈은 계급이 없고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런 백성의 꿈이 1860년대의 민중운동으로 나타났고, 식민지하의 독립운동으로 발전하였다. 그렇다면 정도전이나 조광조의 꿈은 중단되고 말았는가? 아니다. 사육신이 자기 철학을 위하여 목숨까지 던졌던 것처럼 정의를 추구했던 꿈은 역사의 정신 동력으로 계승되어 왔다. 그것을 선비정신으로 설명하지만 그러한 정의로운 꿈이 있었으므로 조선 후기에 실학을 일으킬 수 있었고, 그것은 민중운동과 합쳐지면서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렇다면 역사는 계승의 연속인가?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양반 상놈의 신분제가 이제는 폐지됐듯이, 또 서양에서 국교를 강요한 종교 전제주의가 있었으나 신앙의 자유를 획득했듯이, 과거를 맹목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 발전의 꿈, 현대로 말하면 자유 평등의 꿈에 합당한지를 가려서 계승하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는 물길대로만 흐르지 않는다. 예정된 길이 옳지 않다면 새로운 꿈을 만들어 물길을 넓히거나 돌려서 실천한다. 그것을 비판적 계승이라 하는데 그와 같은 과정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사는, 계승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하는 등의 크고 작은 꿈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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