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경희]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전 2권)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들녘

각 500쪽·435쪽, 각 9500원

지난해 14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던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독일 작가 발터 뫼르스의 대표작이다. '책이 주인공이 되는 책의 세상'을 그려 각광받았던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이 작품에서도 무한히 발휘된다. 이번에는 상상 속의 잡종 동물 종족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주인공 루모는 늑대와 노루의 피가 뒤섞인 '볼퍼팅어'다. 네 발을 가졌지만 직립 보행을 하고 옷을 차려입으며 말도 할 줄 아는 타고난 전사다.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스마이크는 손이 여럿 달리고 물에서도, 뭍에서도 살 수 있는 '상어구더기'다. 이들이 산 채로 동물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소굴에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면서부터 모험이 시작된다. 잔인한 외눈박이는 미각이 발달한 나머지 혀에까지 척추 신경이 연결돼 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종족이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태어난다. 지식욕이 강한 스마이크가 두뇌가 4개나 되는 콜리브릴의 귀에 손가락을 꽂고 그의 지식을 모조리 전수받는 '지식 감염', 피 속을 잠수하는 미세 기계 '잠혈함' 등 과학적 상상력도 풍부하다.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도 곳곳에서 넘실댄다. 루모의 공격을 받은 뒤 외눈박이 두목이 암흑 속에서 피를 흘리며 '내가 뭘 잘못했을까. (기껏해야 아침에 일어나 짐승들을 산 채로 잡아먹는) 소박한 외눈박이의 일상을 살았을 뿐인데…'라고 중얼거리는 식이다.

만화가로도 명성을 얻은 작가의 섬세한 삽화도 쏠쏠한 볼거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가의 상상의 세계를 따라잡기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해진다고 느낀다면 한번쯤 이 책을 손에 잡아도 좋을 것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고민하는 데만 쓰느라 깜빡 졸고 있던 두뇌 이곳 저곳이 반짝반짝 깨어나기 시작할 테니.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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