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글·사진=김윤덕기자]
알리바바의 동굴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온 몸을 개나리색
차도르로 휘감은 여인! 이란의 동화작가이며 출판인인 화리데 칼라바리(58·사진)는 2004년에 이어 2006년에도 볼로냐 어린이국제도서전에서 ‘라가치 뉴 호라이즌 상’을 거머쥠으로써 세계 아동문학계에 중동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의 라가치상 수상작 1차분이 ‘생각하는
크레파스’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번역·완간됐다. 칼라바리 자신을 비롯해 이란의 젊은 동화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시리즈엔 ‘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삶의 서늘한 지혜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웃음의 중요성(닐루화르의 미소), 느림의 미학(행복한 거북), 있는 그대로 자신의 소중함(안경쟁이와 모자쟁이)을 조근조근 일깨우는가 하면, 친한 친구로부터도 배신 당할 수 있다는 사실(어둠의 귀신), 허황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살던 이웃까지 희생시키는
인간 군상(
사닥다리), 서로 다르지만 어쩔 수 없이 견뎌내야 할 운명이 있음을 일러주는 동화(초록색 바지와 보라색 윗도리) 등 인생의 서글프고도 섬뜩한 교훈을 동시에 들려준다.

볼로냐에서 만난 칼라바리는 “틀에 박히고 입에 발린, 그저 재미있기만 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진 않기 때문”이란다. 최근 세계 어린이 책 계에 불고 있는 중동 바람에 대해서도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인류의 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됐으니까요. 오리엔탈리즘으로의 회귀는 인류의 당연한 본능입니다.” 이란 동화에 이슬람의 비중은 어느 정도냐고 묻자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우리는 종교가 아닌 ‘선(Good Thing)’을 믿습니다. 영화 ‘
천국의 아이들’이 선사했던 따뜻한 느낌이라면 이해될까요? 이란 사람들은 지금도 가족간의 우애와 사랑을 중요시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1700년 전 이란에는 어린이 책이 있었습니다. 고대문화를 비롯한 1만1000년의 역사는 우리에겐 퍼 올리고 퍼 올려도 메마르지 않는 마법의 샘물입니다.”
(글·사진=김윤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