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천사의 시>, <파리 텍사스>를 감독한 빔 벤더스가 제작한 음악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잊혀진 국가나 다름없던 쿠바를 `이상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잊혀진 쿠바의 뮤지션들을 찾아다니며 중독성이 강한 쿠반재즈를 내내 들려주고, 소박하면서도 매혹적인 쿠바의 풍경을 가감없이 화면에 담아냈다.

<황홀한 쿠바>(청림출판. 2004)의 저자인 사석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쿠바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빔 벤더스가 걸은 마법 때문이었다.

`재즈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나였지만 영화는 한순간에 흠뻑 취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렇지만 그 음악 때문에 쿠바 여행을 결심한 건 아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낡은 승용차 한 대가 하바나의 방파제를 따라 달려온다. 그때 카리브해의 하얀 파도가 방파제를 훌쩍 뛰어넘어 속절없이 자동차를 덮친다. 그런데도 차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렇게 바닷물을 뒤집어 쓴 채 길을 따라 유유히 달려간다.

아직도 굴러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인 낡은 세단과 사람이 도저히 살 것 같지 않은 남루한 건물은, 너무나 낭만적으로 보이는 기다란 방파제와 극적인 대조를 이루면서 엄청나게 강한 인상을 던져 주었다. 그 장면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무언가도 필요치 않았다. 그 장면을 본 순간부터 난 그만 쿠바의 포로가 되고 만 것이다.` (본문 중에서)

쿠바에 도착한 저자는 자신을 포로로 만들었던 영화 속의 그 방파제에 서서 한 무명가수가 노래는 `Chan Chan` 을 들으며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행복감` 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쿠바를 접하였고, 결국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여행기가 아닌 사람의 향취가 물씬 풍겨나는 여행기를 만들었다.

책의 곳곳에는 본업이 화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가 쿠바에서 느낀 이미지를 캔버스에 담아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림을 본 뒤, 그림의 바탕이 된 그의 사진을 함께 감상하며 책을 읽노라면 어느 덧 쿠바 말레콘의 방파제에 부딫히는 파도 소리속에 쿠반 재즈의 음률이 섞여서 들리는 듯 하다.

(그림 = 물고기를 든 쿠바 여인 / 2004 / 60.6 x 72.7 cm / 캔버스에 유채) [북데일리 원호성 시민기자] cinex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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