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서글픈 페이지 중 하나다. 이들은 절대 빈곤국가였던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의 지하 1200m의 갱도에서 석탄가루, 살인적인 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차별 대우·향수병과 싸워야 했고, 속치마 고무줄로 놀이를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이들은 1960, 7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 중 주역이었다. 광부 파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서독의 차관은 한국 경제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들은 월급의 80%를 고국으로 보냈고, 이 돈은 당시 한국 GNP(
국내총생산)의 2%에 달하는 만만찮은 금액이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조국은 그들을 잊었다는 점을 저자는 아쉬워한다. 당시 경제성장 과정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역할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현직 신문기자이자 전기작가인 저자는 2년여에 걸친 독일 현지 취재와 문헌연구, 인터뷰 등을 통해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2006년 월드컵으로 독일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책의 출간은 시의적절하다. 기존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도 적지 않게 발굴했다.
저자는 “파독 광부는 현실과 역사의 영역에서 그들의 피와 땀의 대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살아 있는 파독 광부,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