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3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사랑에 대한 다섯 가지 감각 레시피
음악도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4월
절판


Love is Touch │Love of Five Senses│

남자들은 여자 머리에 뭐가 묻었다고 하면서 여자 머리를 슬쩍 만지지만
남자가 머리에 손을 올리는 사이, 여자들은 슬쩍 남자의 목젖을 본다.-.쪽

난 요즘 너라는 습관이, 참 신기하다고 생각해.
그 사람 없이는, 그 습관 없인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을 때 그건 사랑이잖아.

너랑 걸을 때 어깨 부딪치며 발 맞춰서 걷는 것도 좋구,
니 안경 벗겨서 닦아주는 것도 좋구,
그 안경을 다 닦고 나서도 찡그린 너한테
안경을 안 씌워주면서 몸싸움하면서 장난을 치는 것도 좋아.
이거 사랑 아닌가?-.쪽

나는 당신과의 시간들을
지하철 유실물 센터로 보내려고 합니다

실수였습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었고,
그래서 사랑했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을 반으로 나누진 않았습니다.
내 사랑의 총량을 단지, 새로운 사람에게로 옮겼던 겁니다. 잠시!

비굴했지만 사랑이었습니다.
실수겠지만 이것도 사랑이어서, 조금 많이 아팠습니다.
원래 키워왔던 사랑한테 미안해서, 돌아보기 싫어서,
자꾸 새로운 사람과 나를 '우리'라는 말로 묶으려 했던 겁니다.

그 새로운 시간들이, 느낌들이,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날 행복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를 지하철 선반에 일부러 놓고 내리듯,
그 시간들을 분실하려 합니다.

문제는 처음 사랑이 날 여전히 기다리고, 사랑하고,
아주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그건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내 길이고,
그래서 당연한 내 것이겠죠.

나는 이제 새로운 사랑을 떠납니다.
새롭다고, 다르다고 해서 그게 전부일 순 없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가끔은 뒤를 돌아보게도 되겠지만
이젠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가 되어
그녀에 관한 모든 추억을 접으려 합니다.-.쪽

지나간 것들에게 묻다

길을 잃은 사람처럼, 아니 마치 집이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다 잃게 된 사람처럼 몇 달을 보냈던 거예요.
무조건 그 사람만 아니면 잘될 거라 믿었던 내 확신들이
한순간 허물어져버린, 그런 시간들을 보내야 했어요.

씩씩하지 않았고,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해도 만날 수가 없었고,
바람 한줄기조차 불어주지 않았어요.

그런 나한테, 며칠째 꿈은 사랑을 보여주네요.
그게 진짜 사랑이었다고 날 야단치네요.

어젯밤 꿈에도 그 사람이 나타났는데,
어딘가로 마구 달려가는 그 사람 뒷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그 사람 이름을 부르려 했던 것 같아요.
근데 난 아무리 소리를 내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힘들게 잠에서 깨고 말았어요.

겨우, 그 사람 이름 세 글자를 부르다 잠에서 깨다니.
현실은 징그럽고 그 현실을 어쩌지 못하는 난 더 징그럽단 생각이에요.

우리 다시 만나더라도, 나에게 '잘 지냈냐'고는 묻지 마요.
그러지 못했으면서, 잘 지냈다고
만나자마자 거짓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나, 그땐, 정말 잘하고 싶으니까요.-.쪽

문득 지나간 사랑을 건드리는 노래

"그 노래 무슨 노래야?"
여자 후배의 전화벨이 한참 울리는데,
문득 그 노래 제목이 알고 싶어집니다.
더불어 집에 가는 길에 CD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그 몇 소절 노래가 귓전에 맴돕니다.
"오늘 일 끝나고 다들, 저녁이나 먹고 갈까?"
다들 좋다고 말하더군요.
혼자 집으로 일찍 들어가는 것도 싫었지만, 왠지 저녁을 핑계로
소주 한잔 마셨음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거든요.

몇몇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데
다시, 그 후배의 전화벨이 울립니다.
역시도 같은 노래가 나를 또 흔듭니다.

뭐 하고 살아? 잘 지내는 거야?
남자친구는 새로 사귀었어?

겨우 두 잔 마신 술이 머릿속에 씁쓸하게 퍼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녀는 잘 사는 걸까요?
더 마셔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얼른 자리를 끝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CD를 꼭 사야겠어요.
그리고 오늘 밤은, 그 곡을 한… 백 번쯤 들어야겠어요.
얼른 싫증 나게 말이죠.-.쪽

선배가 누굴 좋아했었나 봐요

"이 노래 너무 좋죠?
난 좋아한 지 꽤 됐는데 요즘, 라디오에 자주 나오는 거 같더라구요."

선배가 어떤 노래에 반응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내가 불러주는 가수와 노래 제목을 메모지에 적더니
잘 접어 지갑에 넣더라구요.
벌써 가을을 타나?
누굴 좋아하기 시작했나?

암튼, 난 살짝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 화살표의 방향이 아무래도 나는 아닐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에요.
그런 감정 같은 거랑 상관없이 일만 하는 사람이거든요.

혹시 선배의 갑작스런 반응은, 바로 이 노래 가사 때문 아니었을까요?
그냥 여자의 직감인데, 바로 이 부분이오.

뭐 하고 살아? 잘 지내는 거야?
남자친구는 새로 사귀었어?

흠, 소문대로 아마도 아픈 사랑을 했던 모양이에요.
깔끔해 보이는 사람이 별걸 다 해봤나 보네요.
난 오늘따라 이상하게 술이 먹고 싶던데
후딱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어요-.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