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첩성군이라는 제목은 아내와 첩들이 무리를 이룰만큼 많다는 뜻으로, 축첩제도의 현실을 표현한 것이다.-9쪽
천줘첸은 그해 오십이 된 중늙은이였다. 그가 쉰살에 쑹렌을 첩으로 맞은 일은 반극비로 진행되었다. 본처인 위루 조차 쑹렌이 집에 들어오기 전날까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천줘첸이 쑹렌을 데리고 찾아갔을 때, 위루는 불당에서 염주를 굴리며 불경을 외고 잇었다. 천줘첸이 쑹렌에게 "이 사람이 큰마님이네"라고 말했다. 쑹렌이 다가가 막 예를 올리려할 때, 위루의 손에 들린 염주의 줄이 끓어져 염주알이 와르르 바닥에 쏟아졌다.
=>끊어진 염주에서 여자의 마음이 느껴지네요-13쪽
쑹렌이 천줘첸의 뺨을 토닥이며 말했다. "여자들은 다 당신을 따르고 싶을 거예요.' "당신의 말은 반만 맞소. 여자들은 다 부자를 따르고 싶어하지." 쑹렌은 천줘첸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 말도 반만 맞아요. 부자는 돈이 있어서 여자를 더 원하고, 아무리 원해도 충분하지 않죠."-33쪽
"이 화원에 있는 것들은 조그 귀기가 느껴져요." 천춰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물었다. "어디서 그런 게 느껴진단 말이오?" 쑹렌은 자등 쪽을 향해 입을 삐죽였다. "저기, 저 우물 말이에요." "하지만 우물에 빠져 죽은 두 사람은 자살을 한 거요." "죽은 사람이 누군데요?"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오. 전대의 여자 식솔들이지." "첩이었을 거예요." 천줘첸의 표정이 단박에 일드러졌다. "누구한테 들은 얘기요?" 쑹렌은 깔깔 웃었다. "아무도 그런 얘기 해준 적 없어요. 제가 직접 본 거죠. 우물가에 갔더니 두 여자가 우물 바닥에 떠 있는 게 보이던걸요? 한 여자는 나를 닮았고, 다른 여자도 역시 날 닮았어요."
=>왠지 의미심장한 이야기네요.-41-42쪽
퉁퉁소소리가 잦아들고 모여 있던 남자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쑹렌은 단박에 흥미가 식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말이란 얼마나 무료한 것인가. 그건 역시 너가 나를, 내가 너를 속이는 게 아닌가. 사람이 입을 열면 바로 가식적으로 변한다.-44쪽
이듬해 봄, 천줘첸은 다섯 번째 부인으로 원주를 맞아들였다. 천씨 저택에 들어와, 원주는 한 여자가 자등 아래 하릴없이 앉아 있다가 때로는 버려진 우물을 돌며 우물 속을 향해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그녀는 용모가 속되지 않고 수려하며 깔끔해서 미친 사람 같지 않았다. 원주가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었다. "저 여자가 누구지? 그 사람이 말했다. "원래 넷째 마님이었는데 머리가 이상해졌어요." 원주가 또 물었다. "이상하기도 해라. 우물에 대고 뭐라고 하는 거야?" 그 사림이 쑹렌의 말을 따라했다. "안 뛰어내려, 안 뛰어내려. 우물에 안 뛰어내린다네요." -124쪽
면 모자 10여개와 군화 수십 켤레에는 모두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것들을 어떻게 빨지 않고 머리에 쓰고, 발에 신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들을 전부 깨끗이 빠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비엔진은 강가에 쪼그리고 앉아 허리가 시큰대도록 죽어라 빨래를 했다. 비엔진은 다 빤 물건들을 가지런히 강가에 놓고 말렸다. 그것들은 햇볕 밑에서 여전히 달큰한 비린내를 풍겼다. 그것은 천 깊숙이 스며든 사람의 피 냄새였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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