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김성현기자]
1989년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는 로스앤젤레스의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개발한 스파게티 소스 4종을 새롭게 시판한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당신의 스파게티 소스가 몇 년 전에 발매되어 재고만 쌓이고 있는 시나트라 넥타이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냉소적으로 물었지만, 시나트라는 “제 소스는 목에 매는 게 아니라 목으로 삼키는 것”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불과 3년 뒤, 시나트라는 분기 손실액만 22만 달러를 내고 사업을 접었다. ‘마이 웨이(My Way)’로도 넘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벽에 부딪친 것이었다.
시나트라를 좌절에 빠뜨린 주인공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로 친숙한 배우 폴 뉴먼이었다. 뉴먼은 1980년 12월 크리스마스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직접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었다. 뉴먼은 수퍼마켓에서 판매되는 드레싱을 쓰지 않고, 천연재료를 이용했다. 파티가 끝난 뒤에도 드레싱이 남자, 뉴먼은 “남은 드레싱을 병에 담아서 식품점에 팔면 그 돈으로 낚시를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이자 훗날 동업자가 되는 허츠너는 만류하지만, 폴 뉴먼은 “나는 단 한 번도 계획을 세운 적이 없는 가장 어리석은 사업가”라며 무작정 사업에 뛰어든다. ‘100% 천연재료와 무방부제 드레싱’을 고집한 뉴먼의 사업은 첫 해만 92만 달러의 수익을 낸다.
뉴먼과 허츠너와 함께 쓴 이 사업일기가 의미 있는 건, ‘영화배우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뉴먼은 첫 해부터 “해마다 모든 수익금은 그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기부하고, 우리는 재투자를 받는다”고 선언한다. 스파게티 소스와 팝콘,
레모네이드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이듬해 100만 달러, 3년째 200만 달러로 수익금은 늘어났고, 기부금도 따라서 늘었다. 1988년 뉴먼은 암 투병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산골짜기 갱단 캠프’를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70세에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우승해
기네스북에 ‘최고령 우승 레이서’ 기록을 남기기도 했던 뉴먼의 변신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걸 생생하게 일러준다.
(김성현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anp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