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동물은 “어떤 물건을 보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흔들리는 사슬 같은 건 동물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시선을 잡아끈다.” 반면 사람에게는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에게 처음부터 새로운 것이란 없다. 사람은 자신들이 보려고 예상하는 것만 보게끔 돼 있다.”

<동물과의 대화>에 따르면 동물은 시각에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반면, 사람은 그걸 인식하고 해석해서 받아들인다. 그래서 동물들이 사람보다 더 사소한 것을 본다. 사람이 ‘언어적 사고’를 하는 반면 동물은 ‘시각적 사고’를 한다.

이 책의 저자 템플 그랜딘은 자폐아이다. 30여년간 동물을 연구했고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아 콜로라도 주립대학 교수로 있는 그랜딘은 자폐아의 사고 체계가 동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폐아가 동물과 인간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정상인과 자폐인의 차이이기도 하다. “동물과 자폐인은 사물에 대한 자신의 개념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보이는 그대로만 볼 뿐이다. 우리 자폐인은 세상을 이루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본다. 그러나 정상인들의 눈에는 그 작은 것 하나하나가 흐릿하게 하나가 돼 일반화된 개념의 세계로 보인다.”

그랜딘이 자폐증 아이의 어머니이자 집필가인 캐서린 존슨과 함께 집필한 <동물과의 대화>는 그래딘의 성장기를 얘기하면서 앞에 말한 정상인, 자폐인, 동물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끌어낸다. 그런 뒤에 동물의 특징을 그들의 공격성, 통증, 사고 능력 등으로 나눠 관찰한다.

소녀 시절 자폐증으로 고심하던 그랜딘은 학교에서 키우던 말과 친하게 지내면서 위안을 얻기 시작했다.(그는 승마가 볼룸 댄스나 피켜 스케이트의 페어처럼 ‘상호 관계’라고 말했다.) 어느 여름 목장에 갔다가 소 떼들이 자기 몸을 압박하는 금속 집게인 ‘보정 틀’속에 들어가선 뜻밖에 매우 차분해지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보정틀을 만들어 착용했다. “압박상자에 들어갈 때마다 편안해짐을 느낀다”는 그는 “아직도 이것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랜딘이 만든 이 보정틀 ‘허그 머신’은 자폐인용 압박치료기로 널리 쓰이고 있다.

동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랜딘은 스키너 같은 행동주의자들의 동물에 대한 견해에 반발했다. 그랜딘에 따르면 “그들은 기본적으로 동물을 자극과 반응만이 존재하는 기계로 파악한다”. 스키너 박사를 직접 만났다가 실망했다는 그랜딘은 스키너 박사가 말년에 중풍을 앓기 시작하면서 견해를 바꾸었다는 말을 전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두뇌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사람은 두뇌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한다. 스키너 박사는 그 사실을 어렵게 배웠던 것이다.”

육류산업 종사자이기도 한 그랜딘은 목장과 도축장에서, 자신의 동물관으로 남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풀어냈다. 그가 강조하는, 동물을 이해하는 첩경은 “동물이 무엇을 보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소들이 쉽게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어두운 축사 입구에서 그랜딘은 소들이 밝은 데 있다가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갈 때 일어나는 암전 현상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냈다. 사람보다 사소한 것들을 잘 보는 동물들은 땅바닥의 조그만 그림자, 금속 표면의 반사광 같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걸 모르는 농장 인부들은 가축들에게 전기봉만 들이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동물의 특징에 관한 설명에 이르면 독창성이 줄어드는 듯하다. 기존 연구 결과들을 인용, 대조하면서 일반화를 피하지만 유용한 정보도 적지 않다. 노란색은 동물들에게 매우 튀는 색이므로 황색 우비 등을 입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개에게 어떤 것이 먹이이고 아닌지를 가르치기는 쉽다. 어떤 동물이든 어릴 때부터 함께 키우면 그건 먹이로 인식하지 않는다. 고양이도 어릴 때 다른 동물과 함께 키우면 공격성이 준다.…

그러면 동물과 사람의 의사 소통이 가능할까? 그는 동물과 의사소통하는 언어를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고 말하며 그 일례로 ‘n, u, t’라고 철자를 발음하며 호두를 찾았던 페퍼보그 박사의 앵무새를 들었다. “동물이 의사소통 가능한 존재라는 생각을 시작할 때가 됐다”는 그랜딘은 “(동물은 언어가 없다는 식의) 부정적 입증이 초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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