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 한국과 현재의 한국은 너무도 격차가 크다. 정치, 경제, 국민 정체성 등 사회 모든 부문이 빛의 속도로 변했다.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얼마나 변했고, 어떻게 이질적인 서구문화를 수용했는지 관찰한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10명이 각자의 분야에서 강연한 것을 한데 묶었다.

여러 변화 중 정치가 가장 격동적이고 굴곡이 많았다. 구미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독재체제가 온전한 정착을 방해했다. 한국은 아직까지 선진국식 민주주의를 떠받들 사회경제적 조건이 미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의 서민 보호정책은 중산층에 손해를 끼치고, 서민들에게 높은 실업률을 안긴 셈이 됐다. 경제력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분배정책을 고집하면 성장이 되지 않아 역으로 분배가 위협을 받는다.

경제분야 역시 정치 못지않게 변화의 폭이 컸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 성장에만 치우친 탓에 부의 고른 분배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앞으로 관건은 기업가의 사업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적정한 복지 수준을 유지하는 데 달렸다. 저소득자 복지정책과 성장 효율성 사이의 함수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

사회의 전 분야가 변했는데 사람이 안 변할 수 없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개인주의 방향으로 급변했다. 집단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집합주의는 수그러들고,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독자성이 강화됐다. 책은 외교, 사회복지, 언론 등도 거론하며 환갑을 맞은 한국의 역사를 훑는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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