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 - 오드리 헵번
알렉산더 워커 지음, 김봉준 옮김 / 달과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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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네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과 나눠라.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아이의 손으로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네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면서 걸어라.

기억하라.
만약 네가 도와줄 수 있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달린 손을 이용해라.
네가 더 나이를 먹는다면,
너의 손이 두 개란 걸 알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남을 위한 손이다.

1992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오드리 헵번이 아들 숀에게 들려준 'Beauty Tip' 중에서

=>예전에도 읽었던 글인데, 다시 이 글을 만나니 마음이 찡하네요.
현명한 그녀의 모습을 볼수 있어 좋았습니다.-.쪽

"공주가 드디어 여왕이 되었다.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그레고리 펙-.쪽

그녀는 자신을 만지던 한 아이를 회상했다. 아이의 손이 닿았을 때, 마치 병아리 한 마리가 손바닥 위에 발톱 달린 발을 올려놓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의 팔은 가늘면서도 단단했지만, 피부를 통해 아무 감촉도 느낄수 없었다.

"그런데 가장 심한 것은 말이죠... 그러니까 그 아이의 팔은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아이의 팔이 부러지지 않을까 겁이 날 정도로요. 나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어린 시절을 포함해서 내 인생 전체를 통해 그 어떤 경험도,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주지 못했어요. 만야 한 아이가 넘어지면 그냥 일으켜 세워주면돼요. 그건 간단하죠. 그러나 거기서는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안아주기가 겁나요. 안아주어도 마치 아무것도 안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쪽

오드리의 눈에 펼쳐진 풍경은 어디를 보아도 마치 황달에 걸린 것처럼 황색으로 변해 버린 황량한 땅뿐이었다. 거기 사는 사람들처럼 그 땅도 자신을 죽이려고 기를 쓰는 가뭄의 신 외에는 모든 것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오드리는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여행했다. 그녀는 그 몇 시간의 여행이 사람들의 운명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중략)
5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아와 가뭄으로 죽음 직전에 있었다. 그중 절반은 어린아이였다.
-.쪽

카메라 앞에서 그토록 자연스럽게 사랑을 호소하는 눈빛을 만들던 두 눈은, 이제는 주인이 보고 싶은 것을 크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커다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화장도 안 하지만, 맨 얼굴이 오히려 깨끗하고 가식이 없었다. 에티오피아의 더운 열기 속에서 오드리에게 허락된 사치의 전부는 한 시간에 한 번 바르는 자외선 차단 크림뿐이었다.
그녀는 아이의 눈앞으로 손가락을 가져가 그 아이가 맹인인지 아닌지 확인했다. 소년의 눈동자는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생동감도 호기심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녀는 나중에 이 사건을 무대 공포에 비유했다. 이번에 느낀 공포는 자신의 대사를 잊어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토록 심한 정적을 깨뜨릴 수 있는 어떤 한 마디 대사도 없다는 무기력함에서 야기된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보낸 내 인생을 생각해 보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집을 떠나 여기에 있는 이 아이들을 보게 되었어요.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요."
자신의 느낌을 표현해 줄 그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아 오드리는 그저 아이에게 자신의 손을 뻗었다. 이 행동이 그녀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나는 울었어요."
그 아이가 자신의 손을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차량으로 돌아가 여행을 계속했을 때도 그녀는 여전히 충격 속에 휩싸여 있었다. 당시 유니세프 대원 중 한 명은 회상했다. 만약 그녀가 한 소년에게서 그렇게 심한 충격을 받는다면, 앞으로 몇 년간 활동하면서 만나게 될 많은 아이들에게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한비야님의 글이 떠올렸습니다. 유니세프일은 감정에 휩싸이면 안된다는..-.쪽

생명의 위협, 분쟁, 전염병, 가뭄, 내전으로 고통받는 지역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도처에서 만나야 할 어린이는 수만 명도 넘는다.
그녀는 귀국길에 고백했다.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자신이 강해질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한 가지 위로가 될 생각을 했다. 부끄러운 생각이었지만, 그녀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에티오피아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지. 그녀는 의사가 아니었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유일한 재능은 은퇴했지만 아직도 발휘되고 있는 재능, 즉 인기 영화배우가 내뿜는 신비한 분위기 그것이었다.
그녀의 임무는 유엔아동기금에 관심을 불러 모으고 기금을 마련하는 일, 간단히 말해 국제자선단체의 공식적인 얼굴이 되어 대중의 눈을 매혹시키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역할을 잘하면 되는 것이었다. 한 세대 전에, 그녀가 영화계에 보여주었던 특별한 마법이 더욱 가치 있는 목적을 발견해 낸 것이다. 여성의 이상적인 모델을 새로 정의했던 소녀가 자신이 연기했던 그 어떤 역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이 되었다. 자신의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 자신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 자신의 이름만 아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역할을그녀가 맡은 것이다.
"아이들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더라면 결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악몽과도 같은 현장에서, 일종의 위로가 될 만한 것을 발견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에겐 친구만 있어요. 적이란 없어어요."-.쪽

오드리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싸움이 시작되면 시탁 밑으로 숨은 적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오드리는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소리를 지르는 적이 없었다.
(중략)
오드리가 유명 배우가 되었을 때 그녀와 함께 일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며, 침착하며, 모든 것을 참아내며, 사람들의 장점만을 보려고 했다고 평한다. 자기 보호를 위해 시작된 성격이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심으로 발전해 나간 것이다. 이런 성품은 영화배우에게는 흔하지 않은 특성이다.-.쪽

"나는 솔로 무용수가 되고 싶었어요."
오드리는 나중에 회상했다. 어린 시절의 고독이 어떻게 자신의 야망에 자극이 되었는지를 암시해 주는 말을 했다.
"나는 솔로 역할을 원했어요. 왜냐하면 솔로 역할이야말로 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 주기 때문이죠. 열두 명으로 구성된 열에 들어가 똑같은 동작을 하는 동안은 내 자신을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나는 맞추는 것이 싫었어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역을 할 거라고 마음먹었어요."
발레가 오드리가 하고 싶었던 유일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오락이었다.-.쪽

오드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단호하게 공과 사를 가렸다.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홍보할 의무가 있었다. 그녀는 양심적으로 그 의무를 인정했다. 그러나 영화 이외의 자신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자기방식대로 살았고 자신의 삶을 침해하는 호기심으로부터 자신을 지켰으며, 영화를 찍지 않는 동안에는 기자들에게 가능한 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드리는 요즘은 흔하지만, 당시 사생활 보호권을 주장한 1세대 스타군에 속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집에서 인터뷰하는 것에 동의한 기록이 거의 없다. 공적인 삶은 공적인 장소에서만 유지되었다.-.쪽

할머니는 수입이 적었다. 오드리의 사진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돈은 반가운 것이었다. 가장 행복한 날에 부부로서 교회를 나서는 멜과 오드리의 사진을 파는 것이 그녀에게는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드리는 그것을 신뢰를 깨는 행위로 보았다. 이것은 할머니가 받았을 푼돈 이상으로 그녀를 걱정시켰다.
오드리는 편지에서 자신은 항상 기자들과 만날 때 마음을 열어놓으려고 하지만, 어떤 것들은 소중하게 간직하여 개인적인 일로만 덮어두고 싶다고 할머니에게 상기시켰다. 그녀가 그것들을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그것들이 자신에게 너무 가깝고 소중하기 때문이었다. 편지는 할머니가 이번 일로 교훈을 얻으셨기를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앞으로는 할머니가 손녀인 자기를 지켜주는 일만 하고, 세상에 손녀의 이야기를 퍼뜨려 결국 소중한 가치가 사라지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혼이 난 할머니는 오드리의 말에 따랐다. 그리고 다정한 관계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낸 체크무늬 옷으로 다시 복구되었다. 오드리는 사랑이 담긴 편지를 보내주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매년 이 관계는 계속되었다. 오드리가 더 쉬운 해결책을 택하거나 일시적인 실수로 넘기지 않고, 가슴 아프게 할머니를 질책할 결심을 했다는 사실은 자신의 인생을 통제하는 결단력이 점점 커져 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쪽

영화에서 주제곡이 주인공에 딱 들어맞으면서 영화 밖에서도 그녀를 따라다니는 경우는 드물다. 이 곳이 그랬다. '문 리버'는 그 후 오드리의 상징이 되었다. 오드리가 죽었을 때 티파니의 보석 상점은 너무나도 감동적인 천진난만한 방식으로 '마이 허클베리 프렌드'에게 헌사하는 광고를 게재해 그녀를 기념했다.-.쪽

그녀의 계획을 명확히 표명하기 위해서 그녀는 매우 신중하게 선별한 몇 명의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단지 아내로서 지낼 수 있습니까? 영원히 그렇지는 못할 텐데요."
그녀는 반문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왜 영원히 그렇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요? 간단히 말씀드리죠. 나는 조금도 일할 마음이 없어요. 그리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갈 필요도 없어요."
이것은 남편이 정신과 의사이기에 한 농담이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신이 당신한테 주신 재능은 어떻게 하지요?"
이 질문은 잘못된 접근이었다.
"난 결코 '신이 주신 재능'을 믿지 않아요. 난 일을 좋아하고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게 전부예요."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는 '긴장감을 갖고 살아가기 싫다'고 단언했다. 다시 일을 시작해서 자신을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 가둬두고, 남편과 아이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채 다음 장면에 대해 고민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살아가는 게 싫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 인생의 주인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쪽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은 나이를 먹는 것이나 죽는 것이 아니에요. 외로운 삶과 애정이 결핍된 삶이 가장 두려운거예요."
오드리는 미국인 기자에게 말했다.
"나는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고, 또 앞으로 사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면 나이를 걱정하지는 않을겁니다."-.쪽

두 사람은 사랑에 바탕을 두지 않은 관계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쉬우며, 결혼에 의해 반드시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에 충분한 불행을 겪었다. 월더스는 아내의 죽음을 경험했고, 오드리는 두 번의 이혼을 겪었다. 오드리는 나중에 설명했다.
"우리가 결혼해선 안 되는 이유는 없었어요. 그러나 우리는 결혼 안 한 상태인데도 정말 행복했어요."
<배너티 페어Vanity Fair>의 작가인 도미니크 던네에게 그녀는 상세히 설명했다.
"월더스와 나는 우리 인생에서 아주 불행한 시기에 만난 것이 분명해요. 그리고 이제 우리는 너무 행복해졌어요."
감정적인 공허감을 채워 주는 능력이 월더스에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었던 것 같다. 오드리는 말했다.
"늦더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속담이 맞는 거 같아요. 내가 열여덟 살 때 그를 만났다면 나는 그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거 같아요.'"
만약 이 말이 너무 단순하게 들린다면, 오드리가 단순한 방식으로 세상사를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상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중에 증명될 때까지는 그런 태도를 유지했다. 그런 선천적인 성격은 그녀가 가진 매력의 한 부분이었지만, 동시에 그녀가 상처받기 쉽도록 만들기도 했다.
(중략)
톨로셰나즈는 그녀와 월더스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곧 그들은 평온한 삶을 되찾았다. 일상적인 일에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마을 사람들은 월더스를 '오드리 부인의 친구'로 받아들였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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