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 그 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오늘 아침 이를 닦다 갑자기 사랑하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어디 불편하신 곳 없이 잘 살고 계신지……? 저는 얼마 전 안경테를 바꿨습니다. 구리 색 타원형 안경테, 기억나지요? 왜 당신이 자주 닦아주셨던, 진지한 표정 지으며, '호오 호오' 입김 넣고 닦아 주셨던 안경 말입니다. 그렇게 닦아 준 안경을 쓰고 본 당신의 얼굴은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웠었는데……. 왼쪽 눈이 더 나빠져 이제는 그런 얇은 테를 쓸 수가 없습니다. 아마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못 보고 사니 눈까지 나빠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조금 부담스러운 농담이었나요. 새로 산 안경은 코발트색 아르마니 뿔테인데 쓸데없는 세상만 잘 보입니다. 얼굴이 길어서 그런지 썩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안경에 '호오 호오' 입김을 불어 넣을 때마다 입김 대신 우리 기억이 빠져 나와 안경을 닦는지 정확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가 아련해집니다. 그래서 '아마도'란 표현에 요즘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당신,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사랑하는 당신쪽
오늘 아침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당신의 리본 색깔이 궁금해졌습니다. 어떻게 그 긴 생머리는 여전하신지, 아니면 머리 감기 불편하다고 자르신다더니 혹시 짧게 자르셨는지도 모르겠군요. 혹 그 아름다운 생머리를 자르지 않았다면 리본 색깔이 파란색 바탕에 흰색 땡땡이였는지, 흰색 바탕에 파란색 땡땡이였는지, 둘 중의 하나를 묶고 계시겠지요. 그 리본 색깔이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그냥 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렵니다. 그 리본의 색을 확인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사랑하는 당신,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요즘 감기가 극성이라는데 그새 감기가 찾아가지는 않았나 궁금해집니다. 어느 의사가 말하기를 인류는 언젠가 감기로 멸망한다고 하던데, 저야 감기로 인류가 멸망하던지, 다른 백신을 개발해 멸망을 막던지, 그딴 거는 관심이 없고, 다만 당신만은 어디 아프지 않고 살았으면 합니다. 건강하게만 살아가도 골치 아픈 세상에 몸까지 아파야 되겠습니까? 스물네 번째 감기 약을 먹고 여덟 번째 주사를 맞아도 이놈의 감기가 좀처럼 날 떠나려 하지 않아 괴롭습니다. -.쪽
죽도록 붙잡고 싶던 당신은 그렇게도 쉽게 보내면서 제발 좀 떠나 주었으면 하는 감기는 쉽게 못 보내니, 가만히 보면 저도 참 엉뚱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저는 당신에게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궁금한 게 많은지 놀라울 때도 많이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안경을 닦을 때 입김 대신 우리 기억들이 빠져 나가서일 거라 생각하고, 그래서 그런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라는 표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당신에게 제가 궁금한 것은 '구리색 타원형 아르마니 안경테 이전의 안경테를 당신이 기억하고 계실까'보다, '그때 묶고 계시던 리본이 파란 바탕에 흰색 땡땡이였는지, 흰색 바탕에 파란 땡땡이였는지'보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 찾아 갔는지'보다, 그때 다 가져가신 내 마음의 안부인 것 같습니다. 가져가신 내 마음이 일기장 모서리에 살고 있는지, 정리하지 않은 잡동사니를 모아 두는 서랍 속에 살고 있는지, 싫다 하셔도 끈질기게 매달려 당신의 마음속 한 편에 살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당신께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그때 다 가져가신 제 마음 잘 좀 돌봐 주시고, 귀찮고 버거우시더라도 제게 돌려 보내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마음만이라도 영원히 당신과 함께 살 수 있도록…….-.쪽
첫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깐요 이전에 대충 아무나 사랑해 버릴 걸 그랬나봐요 몰랐죠 누가 알았겠어요 그럼, 지금이라도 잠깐 떨어져 있을까요 내가 얼른 아무나 사랑하고 오면 되는데 금방 올 수 있는데.-첫사랑쪽
담배를 끊어야 한답니다. 술을 줄여야 한답니다. 커피를 끊어야 한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를 먼저...... 잊어야 합니다.-병원에서쪽
이별한 다음 날 뭐 하셨어요?
이별한 다음 날 뭐 하셨어요? 그냥 허전하기만 하던가요? 아침에 깨워주는 전화가 없어서,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안 들어와서 그냥 허전만 하던가요? 아니었지요? 그게 아니었지요? 친구를 만나 당구를 치고 있어도, 차를 마시고 있어도, 다른 연인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어도 쉽지 않아요. 그게 쉽지 않아요. 그런 건가봐요. 사람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만은 아닌가봐요. 뭐 하셨어요, 이별한 다음날? 웃기지요? 내가 생각해도 참 웃기는 애인인 것 같지만 어쩌겠어요.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셨어요?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깨워줘야 되는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잘 하겠지요? 안 깨워줘도 학교는 수업시간에 맞춰 갔었나요? 아니지요? 제발 수업 빼먹지 마세요. 이제는 쓸데없는 걱정인데 그냥 하게 돼요. 쓸데없는 걱정이라도.-이별한 다음날쪽
보고 싶다던 영화는 봤어요? 하긴 영화가 눈에 들어왔을라고요. 이별한 다음날 영화가 재미있었으면 어디 그게 사람이에요? 휴대폰에 메시지 확인 들어왔을 때 놀라거나 혹시 하는 마음에 확인하게 되신 적 있던가요? 그래서 내가 남긴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다행이던가요? 이별이라는 걸 하고 나니까 이것저것 궁금해지는 게 많더라고요. 어디 가서 술 마시고 쓰러지지나 않았나, 쓸데없이 허전하다고 친구 데이트에 끼어 눈치보고 있지나 않나, 웃기는 건 사랑하다 헤어지는 게 무슨 큰 죄 지은 것도 아닐텐데 왜 그리 연락하기가 쑥스럽고 쉽지 않은 걸까요.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다른 건 다 대답 안 해도 이건 좀 대답하셨으면 해요. 혹시 후회 비슷한 거 안 해보셨어요? 괜히 그랬다던가 이게 아닌가라던가, 왜 헤어진 다음에야 그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있었다고 후회하는 거 말이에요. 안 그러셨어요? 하긴 그랬다고 해도 내가 그 마음을 알 길이 없으니 확인이나 되나요, 뭐……저요? 저는 뭘 했냐구요? 글쎄요…….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이것저것 많이 생각한 거 같기도 하고, 휴대폰을 만지작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메시지 넣은 친구에게 왜 번호로 찍지 메시지 남겼냐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뭐 그냥 그렇게 지낸 것 같아요. 아니다. 내가 진짜 뭐 했냐 하면요. 음……, 당신이 뭐 하고 있을까 그거 생각하면서 보냈어요.-.쪽
살상 무기
청산가리, 총, 농약, 중성자 탄, 피아노 줄, 칼, 마이클 타이슨 주먹, 핵, AIDS, 마약……, 당ㆍ신ㆍ의ㆍ뒷ㆍ모ㆍ습.-살상무기쪽
경험담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보다 사랑했던 사람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몇백 배는 더 힘드는 일이다.-경험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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