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과 권력 - 달력을 둘러싼 과학과 권력의 이중주
이정모 지음 / 부키 / 2001년 1월
구판절판


하루의 길이가 길어지는 추세는 관찰 또는 계산한 시대에 따라 다른데, 100년당 5밀리 초에서 1만 년당 86.4초 사이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런 숫자는 달력을 만들 때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시ㆍ분ㆍ초의 개념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것이 아니다. 사람이 마음대로 하루를 24시간, 1440분, 그리고 86,400초로 쪼개놓은 것일 뿐이다. 그런데 하루의 길이가 매일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적인 하루의 길이와는 상관없는 길이를 1초로 정하였다. 세슘(Cs)이 방출하는 파장의 진동수를 따라서 1초를 정한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1조 분의 1초까지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가 실제로는 86,400초가 아님에도 하루를 86,400초로 나누었기 때문에, 실제적인 지구의 하루와 맞추어 주기 위해서 사람들은 대략 3년마다 2초의 윤초를 두고 있다. 윤초는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시간국(Bureau International de I?eure, BIH)에서 결정한다.-.쪽

다음은 이 윤초 실시를 알려 주는 신문 기사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고 흘려 버리는 기사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윤초가 달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기 때문이다.

천문대는 국제지구자전국(IERS)의 통보에 따라 우리나라 시간으로 내년 1월 1일 오전 9시에 기존 시간에 1초를 더해 넣는 양의 윤초를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양의 윤초를 실시하는 방법은 99년 1월 1일 오전 8시 59분 59초와 9시 0분 0초 사이에 8시 59분 60초를 삽입하는 것으로 윤초를 실시하기 전의 9시 1초는 윤초 실시 후 9시 정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날 오전 8시 59분과 9시 정각 사이의 1분은 61초가 되는 것이다.
윤초는 국제적으로 사용 중인 지구 자전에 기본을 둔 세계협정시(UTC)가 자전 속도에 따라 조금씩 느려지거나 빨라지면서 세슘-133 원자의 진동수를 기준으로 해 항상 일정한 세계시(UT1)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없애 주는 것이다.
윤초는 세계시 1972년 1월 1일 0시가 세계협정시의 기준으로 정해진 뒤 지금까지 모두 21번 실시됐으며 이번 윤초는 지난 97년 7월 1일(한국 시간) 이후 1년 6개월만에 실시되는 것이다.
『중앙일보』 1998년 10월 15일-.쪽

인위적인 단위-일주일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창세기 2장 2절

지난 밀레니엄 동안 인류는 꾸준히 새로운 달력 체계를 모색하여 왔다. 좀더 정확한 달력을 만들고자 새로운 계산법을 고안하여 내놓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가도 혼란이 일어나면 곧바로 원상회복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새로운 달력 체계들과 그 시행에 따른 혼란 속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된 것이 있는데, 바로 주일이란 단위이다. 그렇다면 주일은 왜 달력 체계가 변화 무쌍한 와중에서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주일이 자연 현상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사용한 시간 개념이기 때문이다.
주일은 하루보다는 커다란 시공간이다. 주일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달의 모양이 변화하는 것에서 주일이 기원한 것은 아닐까 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믐달(어둠) ⇒ 상현달(커지는 반달) ⇒ 보름달 ⇒ 하현달(작아지는 반달) ⇒ 그믐달(어둠), 이렇게 한 달을 약 4개의 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주일은 7일 주일보다 5일 주일이 먼저 사용되었다. 5일은 한 손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셀 수 있으므로 매우 편리했다. 기원전 3000년경 바빌로니아에서는 60진법이 사용되고 있었다. 바빌로니아 인들에게 3, 5, 6과 60은 신성한 숫자였다. 이들에게는 2달에 5일 주일이 12번 있었으며, 1년은 모두 72주로서 360일이었다. 세대를 거듭하여 1년이 365일임을 알았을 때는 1년이 73주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5일 주일은 이집트 문명에서도 나타난다.-.쪽

그러면 7일 주일은 언제 도입되었을까? 7일 주일은 칼데아 사람들이 가장 먼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빌로니아 포로 생활을 마치고 귀환한 사람들이 기록한 창세기가 그 사실을 보여 준다. 7일 주일은 기원전 1세기경에는 이미 로마 인들 사이에서는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며, 곧 그리스와 알렉산드리아에도 도입되었다. 중앙 유럽에 도입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려서 고트 족은 4세기경에, 게르만 족은 5세기경에나 사용하기 시작한다.
한편 5일 주일과 7일 주일 외에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는 10일 주일(순, 旬, decade)이, 또 중앙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20일 주일과 30일 주일이 사용되기도 하였다(6장 '마야와 아즈텍 달력'참조).
그렇다면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등과 같은 요일의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요일 이름은 옛 사람들이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던 별들의 이름에서 왔다(표 2).
왜 이렇게 요일의 순서가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별에서 따온 요일 이름은 기원전 1세기경에는 로마에서 이미 일반적이었다. 초대 교회에서는 별의 이름을 딴 요일 이름이 이교도적이라고 생각해서 이 방식에 반대하였으나,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현실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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