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기차로, 혹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빈손으로 훌쩍 떠난 여행.
돌아올 땐 짐도 추억도 한아름.
자, 열심히 일한 당신도 떠나라!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먼저, ‘두 바퀴로 유럽 지도를 그리다’(김남용 지음, 이가서, 1만8000원)와 ‘젊은 날의 발견’(정재헌 지음, 예아름미디어, 1만1500원)은 자전거로 수개월 동안 유럽을 일주한 기록으로 젊음과 현장감이 물씬 배어난다.

‘두 바퀴로…’는 여행잡지 기자로 일하던 저자가 어느 날 사표를 내고 90일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 10여개국을 자전거로 돌아본 뒤 썼다. 서른한 살이던 2003년 인생에 지루함을 느낀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떠났다.
그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나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20, 30대들에게 ‘다른 여행과 다른 삶에 관한 생각’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행 사진가 윤창호의 아주 특별한 10가지 테마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나는 카메라만 잡으면 떠나고 싶다’(안그라픽스, 1만3000원)는 전문 사진작가의 본격 카메라 여행기. ‘열정’ ‘휴식’ ‘에스닉’ ‘신비’ ‘
멜랑콜리’ ‘판타스틱’ ‘낭만’ 등 주제별로 수백장의 사진을 통한 현지 스케치가 일품이다.

미국 버클리음대 재학생 정재헌(25)씨가 쓴 ‘젊은 날의 발견’은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12개국을 340일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쓴 에세이. 정씨는 2004년 8월 15일 21단 기어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고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자전거와 함께 가져간 것은 길거리 공연을 위한 어쿠스틱 기타와 잠자리용 텐트, 침낭, 취사도구, 노트북과 카메라, 그리고 단돈 28만원뿐. “젊은 시절 가치 있는 고생을 사서 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는 정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다고.

‘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정숙영 지음, 부키, 1만2000원)은 작가이자 딴지일보
딴지관광청 여행기자인 저자의 두 차례에 걸친 유럽 여행기. 초보 배낭여행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삽질’과 ‘실수’가 들어 있어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듯한 시뮬레이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배꼽을 잡는 유머로 버무려진 유쾌한 입담. 필자는 떠나고 痼?마음을 가로막는 각종 소심증을 과감하게 떨치고 용감하게 떠나 보라고 설득한다.

한 가족의 스페인 배낭여행을 생생하게 담은 ‘마냐나, 에스빠냐!’(이철영 지음, 심산, 1만5000원)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여행지에 대한 일반적 지식, 현지에서 필요한 배낭여행 정보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고 있다. 부록으로 여행 일정과 지출 내용을 공개해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김화영의 알제리 기행’(마음산책, 1만2000원)은 고려대 불문과 교수인 저자가 소설가
알베르 카뮈와
앙드레 지드의 자취를 찾아나선 우리나라 최초의 알제리 여행기.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알제리는 카뮈의 고향이자 소설 ‘이방인’ ‘페스트’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드의 소설 ‘지상의 양식’ ‘배덕자’ 등에선 이국적인 매력을 듬뿍 자아낸 알제리를 저자가 지도 대신 카뮈와 지드의 책을 들고 찾아나서는 이 특별한 여행은 소설 속 배경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카뮈와 지드의 삶과 문학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사진도 230컷이나 실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잊혀진 대륙의 길을 찾아서’(최연혜 지음, 나무의숲, 1만2000원)는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인 저자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기. 2001년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몽골을 거쳐 중국 단둥에 도착하기까지 1만1000여km에 달하는 TSR(시베리아 횡단철도)∼TMGR(
몽골횡단철도)∼TCR(
중국횡단철도) 노선을 완주한 데 이어, 200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전 노선인 9288km를 완주한 경험을 담고 있다. 러시아 100년의 역사가 행간에 묻어난다.

‘독일, 내면의 여백이 아름다운 나라’(장미영·최명원 지음, 리수, 1만900원)는 독일의 참모습을 ‘내면의 힘’이라는 관점에서 통찰한 책.
독일에서 공부한 저자들은 독일이 지닌 힘의 원천을 ‘사색이 낳은 문화’ ‘합리’ ‘원칙’ ‘교양시민’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내고 있다. 자로 잰 듯한 독일의 모습은 ‘합리적인 것이야말로 최상의 편안함’이라는 사고방식과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는 게르만족 특유의 원칙주의를 대변해 준다.


‘아메리카여행 23개국’(백봉기 지음, 상상커뮤니케이션, 1만원)은 지난해 ‘유럽여행 40개국’과 ‘ 아시아여행 38개국’을 펴낸 노 여행가의 세계여행 30년 시리즈의 세 번째 편.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아메리카와 카리브해를 점점이 수놓은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나라, 브라질 칠레 페루 등
잉카문명이 숨쉬는 남아메리카까지 지구 한쪽 편의 남북을 관통한 여행기이다. 현지의 독특한 생활과 문화가 사진과 함께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