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성현기자]

“신에게는 나의 영혼을, 왕에게는 나의 삶을, 여인에게는 나의 심장을, 명예는 나를 위하여!”

중세 기사들이 마음에 품고 있었던 금언이지만, 정작 그들의 삶은 이 말처럼 우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기사들 사이의 결투는 주로 혐오감이나 증오심, 흠모하는 여인 때문이었지만, 때로는 이웃과의 다툼이나 사리사욕 때문에 결투를 벌이기도 했다. 영토를 확장시키기 위한 야욕이나 유산 대물림과 관련된 경우도 많았다. ‘도적 기사’로 불리는 이들은 덤불 속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상인들을 공격해 약탈하기도 했다. 중세 말기로 갈수록 결투가 점점 잦아져, 도시 전체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가문 전체가 몰락할 때까지 결투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성(城)과 기사, 전쟁과 무기 등 키워드를 통해 중세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생물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저자는 마치 서양사 교과서와 백과 사전을 섞어놓은 듯, 다양한 소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 중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도판을 싣고 있지만, 정작 도판의 출처는 밝히지 않아 작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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