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김한수기자]
AD 4세기 무렵의 성서 필사본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히브리서 앞부분에 “(그리스도는)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라고 적힌 구절이 있다. 그런데 ‘붙드시며’라는 구절을 본 필사자가
그리스어로 비슷한 발음의 동사인 ‘나타내시며’로 바꾼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베껴 쓴 사람은 ‘붙드시며’로 다시 고쳤고, 또 그 다음 필사자는 다시 ‘나타내시며’로 고쳐놓는다. 마지막 필사자는 책 여백에 “어리석은 무뢰한이여! 옛 문서를 그대로 두시오! 변개시키지 말고!”라고 경고문까지 써놓았다.
미국의 성경 본문비평학자인 저자는 그리스도 사후 2000년 동안 성서가 전승되면서 어떻게 알게 모르게 바뀌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성경 자체는 오류가 없을지 몰라도 인쇄술조차 없던 시절, 손으로 베껴 쓰는 필사자들의 오류는 충분히 가능한 일. 또한 현존하는 4대 복음서도 원본이 아니라 수세기 후 만들어졌다. 복음서 저자들에 따라 예수의 죽음이라는 중요한 상황묘사도 차이가 있다. 게다가 초기 그리스어 성경은 띄어쓰기, 대소문자 구별도 없었다. 당연히 필사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을 수 있다. 저자는 여기에 신학적, 사회적 요인들이 영향을 주면서 우발적으로, 때론 고의적으로 변개됐을 것으로 본다. 저자는 성서의 기원부터 ‘잃어버린’ 원본문을 찾기 위한 노력들을 소개하면서 “성서의 변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김한수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