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유석재기자]

삼국사기’ 신라본기 중 진덕여왕 즉위년의 기록. “승만(진덕여왕)은 생김새가 풍만하고 아름다웠으며, 키가 일곱 자였고 손을 내려뜨리면 무릎 아래까지 닿았다.” 우리는 이로써 신라 진덕여왕이 키 172㎝ 가량의 미녀였음을 알 수 있다. 여왕은 처녀로 늙어 죽었을까? 천만에!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았을 것이라는 믿음을 반박할 기록은 전혀 없다.

신라사학회 소속 학자들이 쓴 이 책은 생동감이 넘친다. 신라 천 년의 역사가 “진솔하고 열정적인 남녀간의 사랑으로 가득찬 시대”였다고 말한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사내대장부는 병상이 아닌 전장에서 죽어야 한다’는 말을 되뇌인 소나의 처가 ‘분노로 타버린 사랑’이라면, 나이 70에 열여섯 살 소녀를 사랑하다 돌연사한 비처왕은 ‘죽어서 이룬 사랑’이 된다. 연인의 아버지 대신 군역을 맡아 변방으로 떠났다가 6년만에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온 가실은 짚신 거꾸로 신지 않고 묵묵히 그를 기다린 설씨녀와 재회하게 된다. ‘불멸의 사랑’이다. 역사란 근엄한 학문 분야가 아니라 흥미로운 상상력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석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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