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아름이가 쓴 일기 한번 봐. 우리 아름이 생각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어. 당신, 딸 하나는 잘 키워 놓은 거 같아." "일기장요?"
12월 5일 월요일 날씨 맑음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엄마는 붕어빵을 굽는다. 아빠가 아파서 일하러 못 나가시기 때문이다. 추운 데서 입김을 호호 내뿜으며 붕어빵을 굽는 우리 엄마. 빨리 내가 자라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엄마에게 빵가게를 사드려야겠다. 하루 종일 빵을 구워도 춥지 않은 그런 빵가게에서 엄마가 빵을 구우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힘내세요. 제가 자라 나중에 빵가게 사드릴게요. 엄마가 굽고 있는 붕어빵 속에 뭐가 들어있는 줄 아세요? 이건 하느님이 저한테 살짝 가르쳐준 건데요, 엄마한테도 특별히 가르쳐 드릴게요. 그건 바로 희망이에요, 희망! 엄마는 희망을 구워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거예요.
눈물이 핑 돈다. 희망! 붕어빵 속에는 희망이 들어있다는 아름이의 깜찍한 말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을까.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붕어빵을 굽는다는 것과 우리 가족의 희망을 위해 붕어빵을 굽는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먹고 살기 위하여 붕어빵을 굽는 게 뭐가 부끄럽단 말인가. 아름이가 알려준 것처럼 내가 굽는 것이 단순히 붕어빵이 아니라 희망을 굽는 것이라면? 붕어빵 속에는 희망이 들어 있다면? 정희에게 내가 영주가 아니라고 잡아 뗀 나는 아이에게 정녕 부끄럽지 않은 엄마인가? 아름아, 너는 나의 희망이구나.
=>희망을 굽는다는 표현. 때로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소중한것을 깨닫게 해줍니다.-.쪽
학교에 들어간 루이는 맹인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점자책 개발에 들어갔다. 루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3년 뒤 드디어 송곳으로 새긴 글자, 즉 점자를 만들어냈다. 수많은 교수와 과학자들이 오랜 세월 연구하다 실패한 점자를 그것도 어른이 아닌 어린 소년이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15세의 어린 소년이 만든 점자는 아주 간편하고 쉽게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책을 점자로 만드는 일에 몰두하던 루이 브라이는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루이가 죽고 난 100년 뒤, 점자는 전 세계에 보급되어 빛을 잃은 이들의 광명이 되고 있다. 송곳에 찔려 실명을 당했으면서도 결국 그 송곳으로 점자를 만들어낸 루이 브라이의 희생으로 많은 사람들이 빛을 찾게 된 것이다. 그는 가장 큰 상처를 가장 큰 별로 만든 사람이었다.
자신의 상처를 찬란한 희망의 별로 만드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숨쉬기가 편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불운 속에서도 희망의 증거가 된 사람들. 그들이 어두운 밤길을 헤매는 우리에게 꺼지지 않는 빛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아내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자세로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아내의 퀭한 눈에 그렁그렁 맺혀 있는 눈물방울이 남편의 마음을 후벼 파는 것만 같았다. 남편은 아내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치의를 만나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어렵게 허락을 받아내었다. 집에 돌아온 날부터 아내는 자주 마당에 나가있고 싶어 했다. 아내는 목련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목련나무를 눈부신 듯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천 개의 백열전구를 매단 듯한 목련나무는, 커다랗고 하얀 날개를 가진 새가 막 날아오려는 것처럼 보였다. 봄볕 아래 드러난 아내의 얼굴은 더욱더 병색이 완연해 보였다. 아내는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목련 꽃잎을 주워들었다. 옆집 정원에서 날아온 벚꽃 잎이 아내의 머리 위로 눈꽃처럼 하롱하롱 떨어졌다. 아내는 막대사탕을 조금씩 아껴먹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집 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하나하나 손길로 세밀하게 쓰다듬듯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던 아내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여보, 지금 여기가 천국이에요. 왜 나는 이제 와서야…… 이토록 뒤늦게 알았을까요?" 남편은 야윈 아내의 어깨를 말없이 꽉 껴안았다. 일억 개의 전등을 켜놓은 것처럼 환하고 눈부신 봄날이었다. 마당의 기다란 빨랫줄에서는 빨래들이 축축한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따스한 봄볕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지금 여기가 천국이에요, 하고 한번 입 밖으로 소리내어 보세요. 신기한 일입니다. 천국이라고 발음하자마자 집 안의 사물들도, 내 옆에 있는 사람도, 그리고 나무들도, 풀 한포기도 저 돌멩이도 환하게 변합니다. 그래요, 살아있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가장 멋진 일, 여기가 바로 천국입니다.-.쪽
엄마! 나의 영원한 불가사의, 저 알 수 없는 희망의 발원지, 세상의 모든 더럽고 추한 것들을 받아들여 풍성하게 생명을 키워내는 바다. 바닷물은 눈물처럼 짠 맛이 난다. 어쩌면 세상 어머니들의 눈물이 모여 바다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어머니의 눈물이다.
어머니께서 흘린 눈물의 전부는 자식들 때문에 흘린 눈물일 것입니다. 세상의 바닷물이 그토록 짠 이유는 아마도 세상 어머니들이 흘린 눈물이 그리로 다 모여든 때문이 아닐까요. 어머니, 당신의 눈물이 우리를 이만큼 키워냈습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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