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의 꿈을 부추기는 낭만적인 풍경을 기대한다면 책을 덮을 일이다. 이 책은 귀농을 삶의 막연한 대안으로 여기는 도시인들을 위한 어느 귀농 부부의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한 편의 생생한 실전 보고서다.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앙성닷컴(angsung.com)과 한겨레신문에 ‘앙성댁의 시골일기’ 칼럼을 연재하며 알려진 지은이는 나이 사십엔 농부가 되겠다는 남편을 따라 충주 앙성면으로 내려간 서울 토박이였다. 올해로 귀농 9년차인 앙성댁은 이른바 ‘학출(대학생 출신) 농민’인 셈이다. 앙성댁은 도시 생활만큼 치열한 농촌 생활 체험담을 마치 일기 쓰듯 편지 쓰듯 그려 나간다.
허리 한번 제대로 펴기 힘든 들일 9년 동안 느는 것은 가정용 의료기구뿐. 파스에 찜질팩, 저주파 안마기와 부항기가 이들 부부의 늘어난 재산목록이다.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 안 먹고는 일 못하는” 막걸리는 시골 생활 필수품 1호다. 월수입 70만원, 평균 연령 59세, 평균 경력 34년, 주당 평균노동시간 56시간. 최대 근로시간에 최소 수입의 직업인 게 대한민국 농부다. 그나마 초보 농부인 이들 부부의 1년 농사 수입 350만원은 도시 생활 한 달 수입과 엇비슷하다.

부족한 생활비는 짬짬이 쓰는 원고료와 CBS 라디오 ‘앙성댁의 시골일기’ 출연료 등으로 겨우겨우 채운다. 그럼 마음만이라도 편한 것으로 족하다고? 마음 내키면 아무 때라도 산행의 취미를 즐기겠다던 부부가 귀농 이후 산에 오른 것이 채 열 번도 못 된다. 시간과 돈에 쫓기기는 농사일도 마찬가지.
동네 사람에게 빌린 땅에서 애호박과 고구마를 다 키워놓고도 주인이 경운기 길을 내주지 않아 거두지 못했던 경험, 다 익은 복숭아들을 폭우에, 멧돼지 밥에 차례로 잃고 유통 과정 중 전전긍긍하던 순간의 애통함이 행간마다 절절 끓는다. 하지만 생전 처음 제 손으로 키운 벼를 베며 ‘아이고, 내 새끼!’ 벼를 가슴에 부둥켜안았던 순간, 자신이 심은 콩알이 제 몸무게의 몇백 배나 되는 흙을 뚫고 초록색 싹으로 올라왔던 날의 감동을 되새기는 지은이의 희망가가 쪽마다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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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숭아나무꽃 앞에서 모처럼 포즈를 취한 앙성댁 강분석씨와 유근세씨 부부. |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