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조우석] 축구, 그 빛과 그림자(개정증보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유왕무 옮김

예림기획, 479쪽, 1만6000원

"복종.속도.힘은 오케이, 그렇지만 멋진 기교는 금지. 이것이 세계화의 모델이 (현대 축구에) 강요하는 틀이다"(50쪽)"축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인.관료들의 꿈은 선수들이 로봇 흉내를 내는 것이다. 21세기는 효율성의 이름으로 범용성을 숭배하는 것일까"(48쪽).

2002년 첫 번역 뒤 개정증보판으로 나온 이 책 안에 켜켜히 들어있는 축구 비판론의 일부다. 현대 축구는 '놀이'에서 '노동'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망해가는 문명들의 특징인 표준화.획일화 현상이라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말도 덧붙인다. 축구와 결혼 얘기를 맛나게 얼버무린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의 뒷부분에서 이 책을 "축구에 대한 인문학"이라고 규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저자에게 축구란 본래 "금지된 자유를 향한 모험적 돌진"이다. 반면 요즘 축구는 스피드 위주의 로봇 게임으로 변질됐다. 지난 50년간 한 게임당 골의 숫자는 절반으로 줄었고, 프로축구 선수들의 수명 역시 반토막이 났다. 이런 주장은 이 책이 현란한 개인기 위주의 중남미 축구 얘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는 중남미의 좌파 지식인. 책에 실린 152개 에세이들은'펜으로 드리블하는 듯한'문장들의 묘미가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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