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계집 창-오세암-미쳐야 미친다, 공통점?
영화 ‘노는계집 창’과 애니메이션 ‘오세암’ 텔레비전 드라마 ‘왕과 비’ ‘명성황후’ 그리고 인문분야 베스트셀러 <미쳐야 미친다>(푸르름. 2004)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각가 고암(古岩) 정병례(60)의 기막힌 글자체로 완성된 강렬한 타이틀과 표지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전각가 정병례는 일생을 전각의 대중화를 위해 바쳐 온 전각의 장인이다. 전각을 발전시키기 위해 영상분야, 설치 미술, 환경 미술, 퍼포먼스 까지 다양한 도전를 거듭해온 정병례가 <내가 나를 못 말린다>(푸르름. 2006)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자신의 전각인생을 총망라 했다.
그는 모든 작업이 갑자기 시작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적어도 5년 가까이 심사숙고 하고 여러 실험 작품들을 만들어 본 후에야 도전한 결과물이다.
“나는 새로운 분야의 도전을 즐긴다. 전각은 절대 고루하거나 보수적인 분야가 아니라 가장 현대적이고 세계적인 예술분야라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전각을 하면서 갖고 온 잠재적 소명이다”
전각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그의 삶은 “모든 것을 하나로 꿴다”는 뜻의 ‘一以貫之(일이관지 :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꿰뚫는다)’로 표현된다. 단 하나, 자신 온 삶을 바쳐도 전혀 아깝지 않을 그 무엇을 정했다면 반드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뚝심은 좌우명 ‘一以貫之’에도 반영된다.
한때 섬유회사에서 일했던 그는 인정받는 직장인으로 생활하면서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어릴 때부터 예술적 재능이 있던 그는 인장 새기는 일을 선택했고 섬유회사보다는 적은봉급이었지만 주변에 비해 상당히 빨리 발전해 곧 적지 않은 돈을 벌게 됐다. 그때 인장 새기는 일도 예술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독학으로 전각법을 터득하며 전각에 점점 매료되어 갔다. 36세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했고 37세에 전각의 대가인 회정(懷亭) 정문경 선생의 문하생이 되면서 본격적인 전각인생을 시작했다.
저자는 지금도 돈이 조금 모이면 돌을 사재기 한다고 한다. 돌과 칼만 있으면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고 작업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사이사이를 수놓는 매혹적인 전각작품과 좋아하는 일에 혼이 나간 한 예술가의 열정이 봉인된 전각의 세계를 시원하게 열어젖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