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김용택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2월
품절


영화는 굼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켜 준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사람들의 불완전한 현실을 확인시키고 완성시켜 주기도 한다.

때로 사람들의 꿈과 현실을 구원해 주는 영화들이 나를 사로잡는다.-.쪽

기차가 코앞에 들이닥쳤을 때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영호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핏발 선 눈은 젖어 있다. 기차가 들이받은 것은 어쩌면 지난 20년 동안 우리의 일그러진 세월인지도 모른다. 박살난 것은 박하사탕이었다. 아, 박하사탕, 입에 넣고 파싹 깨물면 입 안이 환해지던 그 하얀 박하사탕을 기차가 들이받은 것이다. 박하사탕은 깨지고, 기차는 영호의 옛날로 거슬러 달린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길을 기차는 거꾸로 달리는 것이다. 떨어진 꽃잎들이 다시 복숭아나무로 후루루 달라붙는다. 사람들이 뒷걸음질친다. 첫 번째 역은 1999년이다. 첫 번째 역, 두 번째 역 그리고 세 번째 역…… 역을 지나 과거로 갈수록 영호의 심성은 점점 순수해진다.-.쪽

공장 친구들과 강변으로 소풍을 나올 때까지 이 영화는 잘 짜여진 연작시나 소설처럼 일곱 개의 이야기가 현재부터 과거로 차례차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1979년부터 1999년까지 20년 동안, 한 인간이 그 시대와 사회 속에서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얼마나 철저히 망가질 수 있는가를 영화는 역을 지날 때마다 그 상처들을 헤집어 보여 준다.
이 영화와는 반대로 줄거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순진한 공장 청년 영호는 어느 날 꼭 한 번 와 본 듯한, 그리 낯설지 않은 강변에서 첫사랑 순임에게 쑥부쟁이를 꺾어 준다. 이 강변이 낯설지 않다는 영호의 말에 순임은 "꿈을 꾼 것이겠지요. 그 꿈이 좋은 꿈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영호는 순임에게 풀꽃을 꺾어다 주고, 순임은 영호에게 흰 박하사탕을 준다.

=>박하사탕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쪽

영화의 모든 메커니즘을 감독이 세세히 알고 완벽하게 장악할 때 영화는 성공한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과 배우들이 만드는 게 아니다. 영화는 관객이 만든다. 그 어떤 영화든 관객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으니까. -.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