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걸려 있는 명화를 의심하라.’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현상이 영화 등 문화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명화 재해석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가히 반란 수준이다.

이번 주에 나란히 출간된 ‘명화’ 관련 세 권의 책은 다빈치 코드 후폭풍에 기름을 붓고 있다.

먼저 드림프로젝트가 펴낸 ‘세계명화의 수수께끼’. 이 책은 다큐멘터리보다 생생하고 추리소설보다 흥미진진한 명화 89점에 얽힌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책에는 명화에 대한 우리 상식의 허를 날카롭게 찌르고 통념을 통쾌하게 깨뜨리는 이야기들로 빼곡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예수가 체포되기 전날 저녁 제자들에게 ‘너희 중 하나가 나를 배신하리라’고 예언한 직후의 미묘한 순간을 담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에서 다빈치는 왜 유월절에 메인 요리로 당연히 식탁에 올라야 할 양고기 대신 ‘생선’을 그렸을까. 그는 또 모나리자를 한 장이 아닌 여러 장 그렸다는데,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라진 기둥’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까. 사실주의의 거장 밀레의 ‘만종’ 속 농부 부부는 하루 일과를 마친 후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죽은 아들을 땅에 묻으려 하며 슬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꺼운 방탄유리가 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지키고 있다는데, 어떤 기막힌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구스타프 클림트는 자신의 작품 ‘입맞춤’에서 왜 달콤한 키스 장면을 빌려 ‘죽음’을 암시하려 했을까. 프란시스코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의 흰 셔츠 입은 남자는 예수를 모델로 했다는데….

이 밖에 거장들이 사용했던 특별한 기법, 명화가 말려들었던 일대 스캔들, 화가와 모델의 파란만장한 인생 등을 맛깔스럽게 소개하며 독자의 상식을 무참히도 짓밟는다.

일본인 저자 사와치 히사에의 ‘화가의 아내’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면밀하게 조사해 화가의 화려한 명성 뒤에 은폐돼 있던 아내들의 삶을 세세하게 밝혀냈다. 반려자인 아내의 삶의 궤적을 하나하나 추적해 성장 환경에서 결혼 생활, 죽음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분석, 소개하면서 거장으로 우뚝 선 화가 남편을 위해 아내들이 어떤 공헌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르누아르 특유의 포동포동한 여성상이 그의 아내인 알린의 체형에서 비롯된 점이나, 보나르를 대표하는 누드화가 씻는 버릇이 있는 아내 마르트를 향한 사랑에서 탄생한 점, 두 번째 아내 알리스가 모델을 집 안에 들여놓지 못하게 엄포를 놓아 모네가 후기에는 주로 풍경을 그리게 되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밀레는 연약한 소녀 같던 첫 아내와는 달리, 빈농 출신인 두 번째 아내 카트린을 맞은 뒤 농촌지역에 자리 잡고 본격 ‘농민화가’로 접어들었다. 마네보다 두 살 연상인 아내 수잔은 대범하고 낙천적이었으며 마네와 모델의 은밀한 관계를 알면서도 모델과 천연덕스럽게 수다를 떨었다. 르누아르의 아내 알린은 남편이 류마티즘에 걸려 목숨까지 위험해지자, 몸을 움직여야 병세가 호전될 수 있다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집 안에 당구대를 들여 남편이 게임을 즐기도록 유도했다.

피카소의 아내 올가는 남편의 엄청난 호색 행각에 끊임없이 질투하고 간섭하면서도 끝끝내 아내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또 남편이 말년에 새로운 연인을 선택했을 땐 그의 곁을 떠나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에 온몸을 던진 마티스의 아내 아멜리 등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화가는 예술을 낳았지만, 아내는 그 화가를 키웠다는 말이 딱 와 닿는다.

‘노성두와 이주헌의 명화읽기’는 미술 분야에서 대중 친화적인 글쓰기로 잘 알려진 저자들의 공동 저작. 르네상스시대에서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현대미술까지 78점의 명화를 뽑아 집중 소개했다. 서양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두 저자는 명화들이 탄생하게 된 시대 배경과 미술사에 대해 포괄적인 설명을 붙였고, 관련 예술사조와 뒷이야기들을 도판과 함께 곁들여 읽을 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노씨는 “백과사전식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했다”며 “펼쳐지는 대로 읽으면서 퍼즐 조각 같은 미술의 역사를 채워가는 과정에서 독자 나름으로 그림을 완성하고 자기만의 미술사를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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