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은 서울에서도 하루 산행 코스로도 좋은 곳이다. 청량리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몇 시간 출렁이다 보면 풍기역이다.
“설운 봄비가 문득/내리다 멎은 날에는/희방사 뒤편으로/연화봉에 올라라/이승이 끝나는/空地線으로/너 영혼보다 더 붉은 철쭉/무리지어 핀다/....../봄장마 내리다 문득 멎는 날에는/희방사 뒤편으로/연화봉에 올라라/하늘이 처음으로 내려 앉은/소백산 능선에/서방정토/곱디 고운 연꽃/한 아름 가슴으로/안을게다”(권경업 ‘연화봉’)
희방폭포 지나 희방사를 에돌아 깔딱고개에서 가쁜 숨 고르다보면 연화봉이 반긴다. 연화봉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능선은 마침내 비로봉 아래에서 철쭉으로 장관을 이룬다.
“소백산 산봉우리들이/엊그제부터/봄 이불 펼쳐놓고 애무한다고/....../절정(絶頂)에 다달았다고/오늘은 희방폭포처럼/기쁜 비명의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철쭉이/만발(滿發)하였다는 것 아니냐/...../꽃잎이 열리고 열매가 열리고/한 세상이 드디어 열리더니/그 모든 것이/바람에 툭 하고 떨어지더니/마침내 우리 나눈 사랑이/천하제일 절창(絶唱)이라는 것 아니냐”(김종제 ‘절정’)
한번 절정에 이른 마음은 부석사에 이를 때까지 쉬 가라앉지 않는다. 뜬 돌 위에 마음의 절집을 짓는 세 시인을 만나보자.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새벽이 지나도록/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정호승 ‘그리운 부석사’)
“진정 오래오래 사는 길은 어떻게 사는 것인지/요란한 파격은 애당초 마음에 두지 않았던/맞배지붕은 보여주고 있나니/동안거 끝내고 마악 문 앞에 나와 선 듯한/무량수전 기둥은 말하고 있나니/돌축대 위에서 좌탈하고 앉아 있는/안양루로 가르쳐주고 있나니”(도종환 ‘부석사에서’)
“어디 한량없는 목숨 있나요/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이라면/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사람의 사랑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정일근 ‘부석사 무량수’)
바위조차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허공에 뜬 채 어디론가 흐르는 것이니 사람 사는 것임에랴.
오는 26일부터 3일간 열리는 소백산철쭉제는 극단 미추의 ‘마포황부자’ 공연을 시작으로 5월 27일 장승깎기대회와 오케스트라 공연, 5월 28일 철쭉꽃길걷기 등 다양한 행사로 철쭉 손님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