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라는 목을 죄는 짧은 사슬을 잊을 수 있는 저마다의 초월이 필요하다. 내게 그것은 글쓰기였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 하나인 소설가 전경린씨가 1995년 등단 이후 10년 동안 ‘꿰지 않은 구슬’로 모아 온 글들을 묶어 산문집 ‘붉은 리본’(웅진지식하우스)을 냈다. ‘붉은 리본’은 “십 년이라는 숲의 미로를 지나오는 동안 굽어지는 길과 갈라지는 길마다 나뭇가지에 하나씩 묶었던” 것으로 “누군가 해 질 무렵 그 숲을 헤맬 때”, 그것들을 보고 “어떤 모험가가 지나간 길인 것에 안도하고 공감하고 용기를 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붙인 제목이다.

작가는 오래 묵혀둔 자신의 문학 노트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원석의 글들을 깎고 다듬고 몇 가지 주제로 질서를 부여했다. 그녀가 손수 묶은 ‘붉은 리본’들은 하나의 문학적 오솔길을 완성했다.

저자는 서른 세살의 나이가 되어서야 문학하기를 결심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까지 숨겨온 끔찍한 비밀을 이 세계에 누설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작가’에 대한 저자의 기대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첫째, 몇 시간이든, 몇 날이든, 몇 달이든, 몇 년이든,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나의 방, 나의 집에 틀어박혀 철저히 사적 생활에 충실할 명분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경제력을 획득할 수 있다. 셋째, 혼의 조각들처럼 어지럽게 나타났다가 사라져가는 생각의 실마리들, 뒤죽박죽 떠오르는 문장들과 몽상과 환상에 질서를 부여해 의미 있는 형태와 안식을 주고 싶다. (중략) 여섯째, 모든 성가신 의무를 글쓰기로 대신하고, 그로써 삶에 대한 면죄부를 얻고 싶다.”

“이기적이고 도피적이고 공격적이기까지”한 이 기대들은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져야했던 굴레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만약 미혼이었다면, 이 조용하고 작고 가난한 기대들은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엄마였고 한 남자의 아내였다. (중략) 특히 여자란, 제도적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니….”

문학, 글쓰기와 관련한 글 외에 책, 영화, 일상을 소재로 한 저자의 사색, 짧은 소설 형식의 추억담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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