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양성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1,2권)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문학동네, 1권 328쪽, 2권 336쪽, 각 8500원

이 책을 할리우드가 놓칠 리 없다. 2003년 미국에서 발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소설은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6월말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감독이 인기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데이빗 프랭클이라는 점은 책의 많은 것을 말해준다.

뉴욕 패션잡지에서 일하는 한 사회초년생의 고군분투기인 소설은 현대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는 욕망과 판타지의 실체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쿨 & 럭셔리 스타일'에 대한 동경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완벽한 외모 관리, 명품으로 치장하기, 뉴욕의 고급 식당과 바를 전전하며 파티에 참가하기, 스타.유명인사들과 알고 지내기….

생략된 것도 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와 잦은 성형, 게이 친구 하나쯤 반드시 사귀기, 패션면밖에 읽지 않아도 뉴욕타임스를 구독하는 척하기. 속도감 넘치는 구어체 문장으로 이어진 책은 마치 TV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섹스 앤 더 시티' 를 잇는 현대 여성에 대한 미시 보고서로도 흥미롭다.

소설은 패션잡지 '보그' 편집장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작가의 경험에 기초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풋내기 앤드리아가 세계적 패션잡지 '런웨이' 편집장의 어시스턴트로 취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편집장은 크리스마스 때면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조르지오 아르마니, 모델 지젤 번천, 힐러리 클린턴 등 전세계 유명인사들에게서 수백개의 선물을 받는 거물이다. 그러나 서점에 깔리지도 않은 '해리 포터'를 개인 비행기로 파리에 공수할 것을 명령하는 악마적 상사이기도 하다.

미국 출간 당시 책의 모델이 실제 '보그'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라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윈투어는 세계 4대 패션 컬렉션의 스케줄을 말 한마디로 바꿔 버릴 정도로 영향력있는 인물. 그러나 독특한 개인적 스타일로 악명도 높다. 어쨌거나 소설은 톡톡 튀는 위트와 솔직함, 글과 함께 영상이 절로 펼쳐지는 영화적 글쓰기를 특징으로 한다.

진중한 무게감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팔랑거린다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대중소설 시장의 존재를 입증하는 작품으로 손색없다. 더욱이 주인공의 시선에 포착된 패션비즈니스와 그 속에 투영된 현대 여성들의 욕망에 대한 가감없는 묘사는 깎아내리기 힘든 미덕이다.

여기서 패션잡지 '런웨이'는 욕망과 소비, 스타일의 왕국이다. 왕국의 존재들은 그가 입는 것, 그가 먹는 것으로 자기를 증명한다. 앤드리아의 '런웨이' 입성기도 그가 입었던 '갭' '바나나 리퍼블릭' '나인웨스트' 등과 결별하고 '마놀라 블라닉' '지미 추 부츠' '프라다'와 '구찌'로 갈아입으며 이루어진다. 여기서 패션은, "스타일이 모든 것"이라는 한 CF의 헤드카피처럼 존재의 표식이다.

또 패션비즈니스는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피플'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 귀족들을 만들어내는 스타일 공장이다. 트렌드에 밝고 패션 브랜드간 차별성을 꿰고 있는 독자들에게 더욱 흥미로울 듯 하다. 하필 이 책의 광고문구가 눈에 띈다. "이 책이야말로 이번 시즌 지녀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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