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엽 등 글.사진, 청어람미디어, 331쪽, 1만7000원
사진, 예술로 가는 길
한정식 지음, 눈빛, 231쪽, 1만2000원
누구나 알아주는 멋쟁이였던'뿌리깊은 나무'잡지사의 고(故) 한창기 발행인. 풍류 마인드와 잘 균형을 이룬 그의 댄디함은 1980년대 말 여름 호남지역 행차 때 차림새에서도 드러난다. 흰모시에 고풍스런 가방을 맨 그의 어깨에는 라이카의 명기(名器) M6가 대롱거렸다. 그게 시인 황지우의 회고인데, 알고 보니 그걸 추천한 이는 사진가 강운구다.
"어느 날 봤더니 라이카 Ⅲf라는 모델로 바뀌었어요. M6가 80년대 모델이라면 Ⅲf는 50년대 물건이거든. 그 모델의 바디(카메라 몸체)가 훨씬 클래식해서 후배와 맞교환했다는 게 그의 고백이죠."
"사진을 기술로만 아는 이들은 새 카메라에 맥을 못 춘다"는 게 '사진, 예술로 가는 길'의 저자가 던지는 일침이지만, 멋진 카메라만 보면 넋이 빠지는 호사가들이 있다. 디카(디지털 카메라)에는 없는 아우라 때문이다. 그 점에서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2'는 황홀하다. '디지털 쓰나미'에 밀려난 필름카메라들이 책 속에서 부활했기 때문이다.
'소비에트 카메라의 어머니'로 불리는 30년대'Fed1'(소설가 고리키의 작명이다)에서 1970년대 똑딱 카메라들이 글맛 좋은 에세이들과 함께 요모조모 정리됐다. 그점에서 2년 전 4쇄를 찍었다는 1권보다 못할 게 없다. 클래식 카메라로 통칭되는 그 세계는'느림의 미학'으로, 추억의 이름으로 다가온다.
책에 따르면 2005년 지구촌의 필름 생산량은 3억 1500만통. 5년 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줄었다. 일본 니콘이 필름카메라 생산중지를 선언했고, 독일 아크파필름 역시 파산했다. 하지만 이변도 있다. 또 일본 코시나는 독일의 칼 자이스를 끌여들여 고풍스런 필름카메라 '자이스이콘'을 출시했다. 손님도 꼬인다. 디카에 발을 딛였던 젊은이들이 클래식 카메라로 속속 '개종'하기 때문이다.
'사진, 예술로 가는 길'의 저자는 글맛 좋기로 유명한 한정식 중앙대 명예교수. 그는 본격적인 현대사진 관련서로 '현대사진을 보는 눈'를 펴냈지만, 이번에는 이땅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위한 가이드 북을 만들기로 작심하고 이 책을 꾸며졌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나"하는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 이 책이다.
"어린이 사진이면'동심', 주름진 할아버지 얼굴에는 '연륜', 왜가리가 새끼에게 먹이주는 사진에는 '모정'등이 뻔하지 않던가. 이미 질려버린 그런 사진을 보고 누가 감탄할까?"(15쪽)
이 함정을 어떻게 탈출할까. 저자는 우선 소재주의 사진을 버리라는 조언(199쪽)부터 한다. 신기한 소재(피사체)를 찾아 두리번거리지 말 것, 당신의 시선으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것, 그것이 핵심 메시지다.
예술로서의 사진을 하려한다면 어린이.할머니 사진을 찍을 생각을 아예 버리라는 충고도 던진다. 굳이 찍으려면 '천진난만 어린이'대신 '교활한 어린이'이미지에 도전하라는 역설도 던진다. 실기 중심의 사진론이지만, 아무래도 철학적 권면으로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