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네 글자. 누군가에겐 평생의 꿈으로 남고, 누군가에겐 현실이 되는 모두의 꿈이다.

월드비전 구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비야씨의 출현으로 세계여행의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세계를 향한 한비야의 여행과 도전을 담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1-4)>(금토. 1996-2000), <한비야의 중국견문록>(푸른숲. 2001),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2005) 은 ‘한비야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다.

세계여행을 꿈꾸는 이라면 한비야씨의 책과 같은 여행기를 찾기 마련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밟아본 선배들의 조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부분의 여행기들은 구체적인 여행 ‘Tip’과 분명한 ‘여행 동기’보다는 신변잡기적이고 자의적인 일기식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편집이 보기 좋고 사진이 훌륭하다 해도 여행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여행기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중 도서출판 혜지원에서 나온 <세계를 모르면 도전하지 마라>(혜지원. 2005) 와 <공새미 가족의 세계여행>(혜지원. 2006)은 분명한 여행 동기,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돌아오기까지 겪었던 어려움과 준비과정, 필수 준비 사항 등이 꼼꼼히 적혀 있는 눈길 끄는 여행기다.

두 권의 여행기는 미혼남성이 혼자 떠난 ‘나 홀로 여행’이라는 점과, 온가족이 함께 떠난 ‘가족여행’이라는 점에서도 적절한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두 타입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여행기를 골라 읽으면 그에 맞는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다른 요소는 “떠나는 목적이 분명했다”는 점이다. ‘출혈’에 가까운 큰 경비, 학생이라면 학업의 중단, 회사원이라면 퇴사를 (복귀를 보장 받고 떠날 수 있다면 좋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각오해야만 떠날 수 있는 것이 세계여행이다. <세계를 모르면 도전하지 마라>의 저자 박영진씨는 직장생활 3년차 자신이 일하던 분야의 폭을 넓혀 ‘국제사업가’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적과 포부가 있었으며, <공새미 가족의 세계여행>의 저자 공새미 가족은 우리고유의 문화 ‘풍물’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리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두 여행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나 홀로 여행’과 ‘가족여행’의 차이점과 세계여행 준비시 갖춰야 할 필요사항 등을 짚어 보도록 하자.

하나, <세계를 모르면 도전하지 마라> `나 홀로 여행‘

저자 박영진씨는 세종대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주)베네통 코리아에서 2001~2003년까지 근무했다. 박씨의 여행기간은 446일.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세계여행을 결심했던 이유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패션분야의 폭을 넓혀 ‘국제 사업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 때문이었다.

그는 “각 나라에서 얻는 대략적인 정보들이 머릿속에 수집되면서 어느 순간 세계라는 큰 시장 아래 각각의 정보와 감각이 자리 잡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 나라를 방문하면 상류층이 이용하는 고급백화점과 시민 층이 주로 이용하는 상점, 저소득층이 이용하는 재래시장 모두를 방문했고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 할인점에 가서 의류 품목이 아닌 전 품목의 판매형태를 관찰, 기록했다. 나라별 구매 습관과 진열 방식, 물류 구조를 세밀히 학습했다.

“여행이 끝난 후 다시 직장에 복귀하면 이전보다 훨씬 유능한 인재가 될 것이라 자신하고 꾸준한 노력을 다한 후에는 내가 속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씨의 세계여행은 무모한 도전이나 일상의 회피가 아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을 갖고 떠난 목표가 분명한 여행이었다.

책은 ‘당신이 세계 여행을 떠나야 하는 7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이유가 없이 떠나려는 여행자들에 대한 ‘경고’에 가까운 도전적 부제다.

▲당신의 국적은 세계, 당신은 세계인이어야 한다

▲당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경험만큼 값진 것은 없다

▲전 세계의 인력 네트워크를 구축 할 수 있다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적응의 속도’이다

▲창의력이 21세기의 키포인트다

▲CEO의 조건, 국제적 마인드는 기본이다

도전적인 지침항목들이 눈에 띤다. 박씨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같은 또래의 여성을 만난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는 유명한 건축가인 가우디의 작품을 바라보며 스케치북을 꺼내 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건축설계 회사에서 5년을 근무 한 후 세계일주중이라는 그녀는 세계 각국의 유명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긴 여행 중인데도 커다란 건축 관련 서적을 4권이나 짊어지고 숙소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자는 많은 것을 느꼈다고. 요리사나 프랜차이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 일주를 하면서 그 나라의 대표음식들을 먹어보고 유명한 레스토랑을 방문하며 메뉴와 인테리어, 서비스, 프로모션 등의 체크포인트를 세워놓고 조사를 할 수 있다. 어떤 이유로 그 지역에서 유명한 식당이 되었는지 조사하고, 장점을 학습 할 수 있다.

여행목적이 분명하다면 다음 문제는 경비.

여행경비를 절감하는 노하우 5가지로 ▲국제 학생증을 최대한 활용 할 것 ▲열차나 버스는 야간에 이용할 것 ▲주의의 다른 여행자들을 활용할 것 ▲국가별로 차별적인 여행방식을 선정할 것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닐 것 을 제안한다.

저자가 세계일주에 들인 총 여행경비는 2천580만원.

총 446일을 여행했으니 평균 일일 5만8천원을 사용한 것이다. 늘 싼 숙소에서만 지냈고 길거리나 벤치, 주차장에서 잠을 잔 날도 많았으며 현지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신세진 날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경비다.

반대로 기간에 비해 여행한 국가가 많았고 한 국가에서도 여러 도시를 바삐 다녔기 때문에 그에 따른 교통비는 경비를 많이 쓰게 한 요인이기도 했다고. 공짜로 가는 세계일주를 소개하는 책도 있지만 “세계일주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박씨는 실제로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았고 필요한 만큼의 돈을 현지에서 현금인출기(ATM)를 통해 찾아 썼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여행자 수표 또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충고한다. VISA(비자)카드를 가지고 다녔는데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신용카드를 통해 현금을 인출하게 되면 약 한달 뒤 결재일에 자동이체로 예금 통장에서 빠져 나간다.

그러나 해외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은 후 인터넷 카페에서 카드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현금서비스에 대한 중도상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5분이면 어제 사용했던 현금서비스의 금액이 바로 예금통장에서 인출이 되기 때문에 20%나 되는 높은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 시간에 인출 금액의 1%의 수수료가 추가 청구되며 ATM의 수수료는 카드회사에서 부담 해줬기에 해외에서 VISA 카드를 가지고 현금을 뽑아 쓰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환율을 계산하고 환전소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오히려 편리했다는 것.

박씨가 여행 중 힘들었던 점은 지친 몸을 이끌고 자주 장소를 이동해야 했던 것과 나홀로 여행으로 느낀 외로움이었다.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헤어져야 하기에 결국엔 혼자가 된다. 저자는 15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다시 세계일주를 한다면 전처럼 혼자 떠날지 결혼을 한 다음 부인과 함께 떠날지 심각하게 다시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행 전에는 부부가 함께 세계여행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여행 중 장기여행을 하고 있는 서양의 부부들을 만나며,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하던 중 숙소에서 우연히 같은 방을 쓰게 된 가족 사물놀이패 ‘공새미’ 가족을 만나며 “왜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고집했었나”라는 후회를 했다고 한다.

박씨는 가족여행의 장점을 여럿이 여행하다 보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토론할 수 있으며 보다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숙박비를 낼 때도 인당 비용을 절약 할 수 있고 도둑이나 강도의 위험에서 다소 안전할 수 있다고.

혼자 떠나는 여행은 어려움이 많기는 하지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둘, <공새미 가족의 세계여행> ‘가족 여행’

저자 공새미 가족은 KBS 월드넷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집 한 채를 유산으로 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세계여행을 통해 인내하고 폭넓은 세상을 보며 조국애를 느끼고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자세를 유산으로 주고 싶다”는 공새미 아빠의 커다란 포부 덕에 아빠 김영기씨, 엄마 강성미씨, 큰 딸 김민정양, 아들 김민수군, 막내 김현정 양 다섯 명은 세계일주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이들은 2001년 6월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가족 사물놀이’라는 기치를 내 걸고 가족사물놀이패를 출범. 2002년 2월부터 지하철 예술무대, 장애인 복지시설, 청계천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004년에는 온 가족이 배낭과 사물놀이 악기를 메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길거리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돌아왔으니 분명 매우 특별한 세계여행을 경험한 가족이다.

‘공새미’라는 이름은 아빠 김영기씨의 고향인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어음1 리에 있는 커다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의 이름. 수도 시설이 없던 시절 마을사람들에게 생명수를 제공해 준 고마운 샘물 이름을 따 가족사물놀이패를 만들었다. 샘물처럼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는 가족, 서로의 사랑이 영원히 마르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여행을 꿈꾸던 아빠 김영기씨가 결정적으로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공무원인 40대 가장 전세금 빼고 다섯 가족 세계일주’라는 제목의 신문기사 때문이었다.

기사의 주인공은 현재 구로구청장으로 있는 이성씨. 곰새미 아빠는 이성씨를 직접 만나 조언을 얻었고 세계일주 전날까지 이성씨는 곰새미 가족에게 절대적인 도움을 준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해줬다.

곰새미 아빠의 가장 큰 고민은 1년 늦춰지는 아이들의 학업, 직장의 퇴사문제였다. 오랜 시간 갈등 하던 그는 저녁식사 중 “아빠가 요즘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하지?”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졌다.

아이들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빠 저희는 괜찮아요. 그동안 너무 힘드셨으니까 쉬셔야죠. 대신 저희가 신문배달이나 우유배달을 하며 엄마 아빠를 도울게요”

아이들의 뜻밖의 반응, 언제든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라던 아내의 따뜻한 위안에 힘입어 아빠는 세계여행을 결심했다.

18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조직의 울타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고. 회사 건강보험조합에서 탈퇴하고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면서 그제야 완전히 조직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실업자라는 사실을 깨우쳐 주기라도 하듯 국민연금보험 관리공단에서는 빨리 연금을 내라는 독촉을 보내오기도 했다.

아빠는 마음을 굳게 먹고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 시간 일어나 도서관에 갔고 퇴근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독학했고 체계적인 여행준비를 할 수 있었다.

공새미 가족은 1년간 1인당 20kg의 짐을 지고 온 세계를 누볐다. 북, 장구, 꽹과리, 상쇠, 징, 부쇠, 꼬마장구의 짐을 지고 다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출발 전 6개월간의 어학공부, 체력단련을 위한 마라톤 도전, 종합건강검진 체크 과정 등을 통해 단단히 준비한 여행준비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 일주일에 1회 이상 가족회의를 가졌고, 전문적인 여행계획서를 만들었으며, 2003년 4월에는 공새미라는 이름으로 명함도 만들었다. 전문회사에 의뢰해 홈페이지도 오픈했다.

공새미 가족의 홈페이지는 세계일주를 하는 동안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고 자신들의 근황을 알리는 중요한 소통수단이었다. 현재도 홈페이지는 공새미 가족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통로이자 재산 1호라고.

공새미 가족은 여행경비를 줄이기 위해 가장 저렴한 배낭여행자 숙소를 이용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고 현지에 도착해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숙소를 찾았다. 배낭여행자가 많이 묵는 숙소는 주로 ‘백팩커스’ ‘유스호스텔’ ‘도미토리’ ‘오스페다해’ 등의 이름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방 하나에 침대가 2개부터 많게는 20개까지 갖춰진 집단 숙소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중동, 남미에서는 숙박비가 큰 부담이 되지 않았으나 영국런던 등지의 숙박비는 부담이었다. 숙박비 절감을 위해 유럽대륙을 여행할 때는 텐트를 렌터카에 식고 다니며 캠핑장에서 숙박했다.

공새미 가족이 꼽은 유럽에서 캠핑장이 좋은 이유

▲호텔이 비해 가격이 절반 정도로 저렴함

▲언제든지 체크 인 할 수 있음

▲많은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고 서로 여행정보를 교환할 수 있음

▲가족이 많은 경우에도 행동의 제약이 따르지 않음

▲취사도구를 마음껏 이용 할 수 있음

여행 후 잃은 것과 얻은 것으로는 ‘1억원 가까이 든 여행경비로 인한 물질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여유와 경험’을 꼽았다.

18년간 일해 모은 돈 중 많은 부분을 잃었다. 아파트 평수도 가기 전보다 절반으로 줄여 지금은 방 두개짜리 조그만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마치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 하나도 세계여행을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돈을 주도고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세계일주 후에 이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학업에 쫓기는 모습이 아니라 학습을 즐기는 모습이다. 아들 민수는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지금의 우리와 같은 가족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아빠는 “가족이 행복해 지도록 기여해야 한다”는 자신의 사명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행복하다.

아프리카에서 머나먼 남미여행까지 한 공새미 가족의 남은 꿈은 북한 땅을 밟아보는 것이다. 북한에서 사물놀이공연을 하는 것이 공새미 가족의 남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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